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합병이 결국 해를 넘길 것이 유력해졌다. 내년 두 회사가 중국, 일본에 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선박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사 발표는 내년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산업은행과 체결하고 같은해 7월 공정위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에서는 승인을 받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시장 상황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두 회사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고 있다"며 "연내 결과 발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U 심사도 마찬가지다.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올해 5월 7일까지 심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1월, 3월, 7월 등 세차례 심사를 유예했다. 최종적으로 정한 기한도 넘기면서 심사 결과 발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EU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경쟁법이 복잡한 만큼 EU가 결합을 승인하면 중국, 일본 등 나머지 경쟁국가도 불허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종 논란을 딛고 현대중공업이 내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선박 수주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매년 선박 발주량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글로벌 조선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11월 글로벌 누계 발주량은 1447만CGT로 전년 동기(2523만CGT) 대비 57% 수준이다.
여기에 글로벌 조선사들은 대형화 전략을 앞다투고 있다. 중국의 1·2위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은 이미 지난해 말 합병해 중국선박그룹(CSG)을 거느리고 있다.
일본 1·2위 조선소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도 합작 회사 '십야드' 설립을 앞두고 있다. 다만 두 회사 역시 해외 심사 지연으로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합작 회사 설립 시기를 12월 1일에서 내년 1월 1일로 미뤘다. 이는 세번째 연기로 EU, 중국 등 해외에서의 승인 심사가 늦어졌다. 다만 두 회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2%에 그쳐 현대-대우보다 쉽게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조선소의 합병을 추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글로벌 선종 점유율은 21%로 1위에 올라 선다. CSG(19%), 십야드(합병 예정·12%)가 추격한다. 특히 CSSC의 수주 잔액은 컨테이너선 38.4%, LNG선 13.8% 등으로 한국 조선사와 주력 선종이 유사하다. 메가 컨테이너선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산 점유율은 43.5%, LNG선은 59.5%, 극초대형원유운반선(ULCC)/초대형원유운반선(VLCC)는 57.3%다.
전문가들은 합병 이후 대대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강점인 초대형 선박 건조 능력을 키우고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동안 한국 조선업은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경쟁국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격차도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그나마 과거 한국 조선업 효자 물량이었던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에 밀리거나 따라 잡히고 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선박 대형화 추세에 접어들며 조만간 2만5000TEU급 컨테이너선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대형화 측면에서 경쟁우위에 있기 때문에 장점은 살리고 첨단 ICT, 친환경 등 경쟁국을 따돌릴 만한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합병 실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