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소용돌이칠 때마다 주목을 끈 고사 중 하나는 '약속을 칼 같이 지키라'는 의미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었다. 이목지신은 진나라 재상 상앙이 남문 밖에 나무를 세운 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나무를 옮긴 사람에게 상금을 내려 법치를 강화했다는 얘기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지사가 2013년 국회 제출 후 9년째 발이 묶여 있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3월 임시국회에서도 관철되기 어렵게 되자 25일 SNS을 통해 '이목지신(移木之信)'을 인용하며 약속의 중요성을 언급, 애둘러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다음 달 국회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4·7 보궐선거 이후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위원장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생각함 조사 결과 공개 등 정치권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했다. 특히 국민 85%가 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답한 국민생각함 결과를 중간에 공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정부 내에선 이번 정권에선 법 제정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태로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4대 위원장인 이성보 전 위원장 재임기부터 7대인 현 전현희 위원장 임기를 통틀어 이번이 가장 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고 판단했고 법 제정이 불발됐으니 선거 후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정부의 압박, 국민의 여론과 달리 정치권에선 여야가 법 제정이 미뤄진 사실에 대해 정치공세를 주고 받으며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지사는 SNS에 "국민으로부터 적폐청산과 개혁의 과업을 부여받았던 우리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여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국민들께서는 부동산가격 폭등, 코로나19, 경제위기 등 3중고로 고통 받으면서도 한결 같이 정부 지침을 따르며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보여줬다"며 "LH 사태는 국민들께 법 준수와 고통분담을 내세워온 공직자들이 뒤로는 반칙을 일삼으며 오히려 국민 고통을 가중시켜왔음을 드러내 국민들께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드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H 공직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저변에는, 근로소득자 위에 불로소득자가 군림하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피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토지계급화 사회, 정권은 바뀌어도 국민의 삶은 바뀌지 않는 정치 효용감 '0'(제로)의 현실이 있다"며 "국민의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90% 이상은 말 뿐이고 실천은 10%도 안 되기 때문"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10년째 이해충돌방지법 처리를 발목 잡아온 것이 어느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직 국정을 책임진 우리 민주당이 얼마나 책임 있게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지를 국민들께선 지켜보고 계신다”며 “국민의힘이 신중한 심의를 핑계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산시키려 한다면 국민의힘을 배제하고라도 신속하게 비교섭단체와 힘을 합쳐 국민이 요구하는 입법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10년째 이해충돌방지법 처리를 발목 잡아온 것이 어느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직 국정을 책임진 우리 민주당이 얼마나 책임 있게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지를 국민들께선 지켜보고 계신다”며 “국민의힘이 신중한 심의를 핑계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산시키려 한다면 국민의힘을 배제하고라도 신속하게 비교섭단체와 힘을 합쳐 국민이 요구하는 입법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한 첫날 민주당 내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서울, 부산시장 선거 등 여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약속들이 나올 것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굳이 공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언행일치가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에서 눈앞의 이익에 목을 매다가 더 큰 걸 잃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