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표결을 통해 2021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전년대비 1.6% 오른 8720원으로 결정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진다.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금 지급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점을 강조하며 벌써부터 동결 여론 형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 2년 동안의 인상률이 1~2%대에 그쳤던 점을 근거로 대대적인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 논의 역시 파행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의 파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논의는 매년 파행을 빚는 등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회의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포문을 연 것은 경영계다. 최임위에 경영계 대표격인 사용자위원으로 참석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3월초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최저임금 기준인 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가 319만명(미만율 15.6%)으로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며 그 원인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3년 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누적)은 32.8%로 주요국(G7)보다 약 1.4~8.2배 높았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9개국 중 6번째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수용 능력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을 통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6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영환경을 고려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행선 달리는 경영계-노동계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올해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최소 동결하자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경영계는 최초 2.1% 삭감안을 제시했다가 공익위원들의 수정 요구에 1.0% 삭감안을 제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반면 노동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경총이 보고서에서 주장한 최저임금 미달자 319만명은 시급제 외에 다른 임금 지급 형태의 노동자를 포함한 통계로 실제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현 정부 들어 인상률이 초반 2년 동안은 16.4%, 10.9%였지만 지난 2년 동안은 2.9%, 1.5%로 급락하며 4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7.7%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는 박근혜정부 평균 7.4%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올해 인상률이 5.5%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지난 정권보다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이 낮아지게 된다. 이를 근거로 노동계는 올해 대대적인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현재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2월 말 양대 노총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노동계는 올해 심의에서 적어도 두 자릿수대 인상을 주장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16.4% 인상을 주장했다가 9.8%로 수정 제출했다. 이후 1.6%로 인상률이 최종 결정되자 ‘최저임금 사망선고’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최임위 구성도 험로 예상

올해 최임위 구성도 난항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노동계 대표인 근로자위원 9명 ▲경영계 대표인 사용자위원 9명 ▲정부 측이 인선해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인상률을 제시하면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거쳐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경우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 표결하는 식으로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

문제는 공익위원 9명 가운데 8명의 임기가 오는 5월13일 종료돼 새로운 인물을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그동안의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의 입맛에 맞게 결정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최근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그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노동계가 공익위원에게 끌려가는 모양새였다”고 지적한 바 있어 새 공익위원에 노동계에 유리한 인선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위원 인선도 잡음을 내고 있다. 그동안은 근로자위원 9명 중 한국노총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을 추천했으나 최근 민주노총이 5명을 추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에도 근로자위원 구성을 문제로 절차가 늦춰지면서 6월11일에야 첫 회의가 열렸고 몇차례 회의를 진행하지도 않은 채 202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돼 졸속심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