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요동친다. 삼성전자에 이어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 국내·외 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치열한 패권 다툼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이 공개한 투자금액만 수백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투자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반도체업계가 ‘쩐의 전쟁’에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반도체 업계가 꽂힌 ‘파운드리’

파운드리는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공정을 말한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비메모리는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4498억달러(503조5960억원)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비중이 44%, 비메모리 비중이 56%로 비메모리 시장이 더 크다.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로 분업화된 구조를 취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 세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을 계기로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가 화재나 천재지변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물론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비용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업체는 제한적이다. 결국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을 쥐는 셈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가 8000여종에 달하는 데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도 파운드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 업체가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기업인 TSMC가 압도적인 입지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6%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를 수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18%로 2위이며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각 7%, 중국 SMIC가 5%로 그 뒤를 쫓고 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투자 나서는 반도체 기업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메모리 시장에서 D램 41.7%, 낸드플래시 3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 입지를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019년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직후 최근 38조원의 추가 투자를 발표한 뒤 평택 파운드리 3라인 착공에 본격 착수했다.
추가적인 해외투자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하다.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에 TSMC도 맞불을 놓으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TSMC는 올해 초 280억달러(약 3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최근 성명을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1000억달러(110조원)를 쏟아 부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 들어서만 총 144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이미 시장의 과반을 차지한 TSMC가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함에 따라 다른 기업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에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기존 시설에 칩 제조 공장 2곳을 신설할 방침이며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2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인텔은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퀄컴 등이 고객사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해 안에 추가적인 투자도 단행할 방침이다. 인텔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관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간담회 직후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인텔이 직접 나서겠다”며 “최대 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3일 정부 주최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행사에서 “현재 대비 파운드리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