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의류건조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전자랜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그만큼 가사노동의 부담도 늘어났다. 끼니의 대부분을 집에서 해결하면서 쌓이는 설거지거리, 매일 해야하는 청소, 세탁 뒤 널고 말려 개야하는 수많은 빨랫감들.
이 같은 소비자들의 가사노동 고민을 덜어주는 ‘똑소리’나는 가전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이른 바 ‘삼신(三新) 가전’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편리미엄’(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맞물리며 이들 가전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조기, 이젠 필수가전 반열에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다. 당초 의류건조기는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해 외부의 눈에 띄는 곳에 빨랫감을 너는 것을 지양하는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지만 최근 몇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도 제품의 장점이 부각되며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오염 이슈에서 자유롭고 일일이 젖은 빨래를 널고 말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뿐만 아니라 장마나 겨울철 등 외부 날씨에도 상관없이 빠르게 옷감을 건조할 수 있어서다. 집 안에 베란다를 없애고 실내 생활공간을 확장하는 주거환경 트렌드 변화도 건조기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5년 5만대 규모였던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2016년 10만대, 2017년 60만대, 2018년 100만대, 2019년 150만대로 커졌고 지난해엔 200만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통상 제품의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가 넘으면 필수 가전으로 본다. 의류건조기는 더 이상 옵션으로 선택하는 세컨드 가전이 아닌 필수 가전의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현재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은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점유율 통계조사는 없지만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니아딤채, SK매직, 위닉스, 캐리어에어컨 등 중견 가전기업들도 각자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밀레 등 해외 가전기업까지 뛰어들며 국내 시장 판도를 전체적으로 키우는 모양새다.

성능 높인 식기세척기, 주방가전 효자로

식기세척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가사도우미로 꼽힌다. 국내 식기세척기시장 규모는 2016년 6만5000대에서 2019년 20만대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0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45만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기세척기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문화권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으나 한국시장에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릇이 넓고 평평한 플레이트 형태의 서양식기와는 달리 오목하고 깊은 한국형 식기는 식기세척기로 깨끗하게 세척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당연한 가사노동으로 분류하는 문화도 식기세척기 보급화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전자랜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식기세척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전자랜드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가사노동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식기세척기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식기세척기의 기능 개선도 판매 증가에 도움이 됐다. 각 제조사들이 세척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국형 식기에 대한 세척력을 높이고 살균·제균기능까지 탑재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높였다.
현재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SK매직이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SK매직이 40% 안팎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쿠쿠전자, 파세코도 다양한 용량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입지를 키우고 있다.

밀레와 일렉트로룩스 등 유럽시장에서 이미 식기세척기 인지도가 높은 해외기업들도 국내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15% 안팎으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앞으로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찮은 청소, 로봇청소기가 ‘뚝딱’

로봇청소기도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시대의 대표 가전으로 떠올랐다.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청소를 가장 자주하는 편에 속한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60% 이상은 하루에 한 번씩은 청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청소를 하지만 가사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로봇청소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 / 사진=삼성전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18년 20만대에서 2020년 30만대로 늘었고 올해는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로봇청소기 누적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10%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가 3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작년부터 집안일을 줄이기 위한 가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위드코로나 시대가 와도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로봇청소기 등 편리미엄 가전을 사용하며 삶의 질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