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오른쪽)의 모습.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열흘 간의 미국 출장을 마무하고 귀국한다. 이번 출장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조우하며 삼성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린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 이를 실행에 옮기며 '뉴 삼성'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정·재계 고위 인사 잇따라 조우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북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열흘 동안 숨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난데 이어 이튿날엔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이 부회장은 바이오 분야와 차세대 이동통신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삼성이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삼은 분야다.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한 뒤 8월부터 생산에 돌입, 지난달부터 국내 방역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5G를 넘어 6G 선도를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모더나와 버라이즌을 만남으로써 미래 사업 분야에서 이들과의 공조 관계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18~19일에는 워싱턴D.C에서 미국 연방의회 의원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견한 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 등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20일에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만났다. 이번 회동을 통해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아마존을 방문해 인공지능(AI)·클리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 협력을 모색했다.


21~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잇따라 방문해 인공지능(AI)과 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DSA와 SRA는 각각 삼성전자 DS부문과 세트(IM·CE)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진기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가 회동했다. / 사진=삼성전자

임직원에 '뉴 삼성' 도약 강조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 뒤 혁신 노력에 가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뉴 삼성'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이 부회장은 구글을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면담하고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구글이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할 자체 설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이 부회장과 피차이 CEO의 만남을 계기로 양사의 협업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1위를 꿈꾸는 삼성전자에 구글이 '우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약 열흘 동안 미국 동부와 서부를 횡단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간 이 부회장은 조만간 귀국해 오는 25일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귀국 시점을 전후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제2공장 투자 계획도 확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20조원)를 투자해 현지 파운드리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미국 시간으로 23일 오후 5시, 한국시간으로는 24일 오전 10시 최종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