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A씨 등 10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임금 추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로 회사가 지급해야 비용 규모는 총 6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대법원이 신의칙을 부정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여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임금 소송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형성된 신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부가적으로 경영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은 부정해 기존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신뢰한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기존의 신의칙 판단 기준을 더욱 좁게 해석해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예측을 했다면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신의칙을 부정했다"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기업의 경영자가 예측해 경영악화를 대응해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법원은 노사의 자율적 관행과 신뢰관계를 존중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산업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