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사 게재 순서
(1) 팬데믹 위기에도 빛났던 ‘K-인더스트리’
(2) 코로나 뚫은 K-반도체, 韓 경제 버팀목 ‘우뚝’
(3) 다사다난 ‘K-배터리’, 위기 넘어 미래 준비 올인
(4) 글로벌 휩쓴 K-조선, 고부가 기술 빛났다
(5) ‘역대급 호황기’ 보낸 해운… 운임 연일 신기록
(6) 中감산·가격 인상… 펄펄 끓는 K-철강
(7) 정유 ‘유가 상승’·석화 ‘코로나 특수’로 반등 기지개
(8) K-전기차의 질주, 세계를 사로잡다
(9) 코로나에 우뚝 선 K-제약·바이오
(10) 훨훨 난 K-방산, 자주국방 새 이정표
(11) ‘수출효자’로 거듭난 K-게임, 글로벌 왕좌 재탈환 나선다

2021년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를 보냈다.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기술 분쟁 끝에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고 리콜 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나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사업구조 재편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흔들림 없는 새로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듭된 악재에 부담 커진 K-배터리

올 초 국내 배터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 분쟁이다.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 결과가 지난 2월 나온 것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일부 배터리 수입을 10년간 제한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며 LG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물론 한국 배터리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양사는 지난 4월 극적으로 합의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사는 합의를 계기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칫 최악의 결과로 끝날 수 있었던 분쟁을 오히려 양사의 동반자적 협력관계 구축과 K-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왔다. 배터리 업계의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 전기차(EV) ‘코나’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EV ‘볼트’에 탑재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안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어수선한 사이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펼치던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배터리 시장 1위 자리를 중국 CATL에 내줘야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이 전년동기대비 188.0% 성장한 67.5GWh(기가와트시)를 확보하며 점유율 31.2%로 1위를 차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닌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계의 주력제품인 각형 배터리로의 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테슬라와 BMW 등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긴장감을 높였다.

투자 확대로 미래 경쟁력 강화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투자로 경쟁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들어 10월까지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누적 45.8GWh로 전년동기대비 두 배(99.4%) 가까이 증가하면서 21.2%의 점유율로 2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리콜 등의 이슈에 밀려 주춤했던 상장 계획도 다시 속도를 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022년 1월 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내년 1월 11일과 12일 양일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월 18일과 19일 청약을 거쳐 같은 달 말 코스피에 신규 상장할 예정이다.

투자에도 박차를 가한다. 미국 투자를 통해 북미에서만 총 15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며 인도네시아에선 현대차와 협력으로 2023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10GWh의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짓는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북미-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5각 생산체제(생산공장 총 9개)를 더욱 견고히 할 계획이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 5위로 올라선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배터리사업을 분할해 자회사 ‘SK온’을 설립,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업체로의 도약에 추동력을 싣는다. 현재 전 세계 생산거점에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는 목표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향후 기업공개(IPO)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2월 헝가리 공장 증설에 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최근엔 미국 투자 계획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해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에 23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건립한다. 삼성SDI는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2025년 7월로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 발효를 앞두고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용어설명
기가와트시(GWh) : 1GWh는 100만 kWh. 통상 보급형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60kWh이고 고출력 고급형 전기차는 90kWh 정도다. 따라서 1GWh는 보급형 전기차 1만6667대분이며 고급형의 경우 1만1111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