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로 지난해(6%)보다 낮춰잡아 은행들은 연초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깐깐하게 관리한다. 특히 개인별 DSR 규제도 강화돼 수요자들은 쉽사리 대출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올해는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와 같은 형태의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기준금리 1% 시대… 금리 인상은 계속된다

② 내년 돈 빌리기 더 어렵다… DSR·총량규제 쌍끌이

③ "약발 먹혔나" 금리 인상·고강도 규제에… 가계대출 증가세 주춤


#. 새해벽두부터 내집 마련을 계획했던 직장인 김모(36)씨는 고민 거리가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가 리셋(재설정)되는만큼 은행들이 가계대출 빗장을 풀기 시작했지만 막상 대출을 받자니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다.
은행권이 이달부터 대출상품의 판매를 속속 재개하면서 꽉 막혔던 가계대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로 지난해(6%)보다 낮춰잡아 은행들은 연초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깐깐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개인별 DSR 규제도 강화돼 수요자들은 쉽사리 대출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처럼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져 올해는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와 같은 형태의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한도 확 준다


이달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자가 1년동안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지 못한다. 올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한 대출자로 DSR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DSR 규제가 강화될수록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연 소득이 4000만원인 김씨가 이미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4000만원 받은 상황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의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씨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50%인 최대 3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연 4.5%·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 등 은행에서 총 3억4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김씨의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만큼 DSR 규제에 포함돼 은행에서 원하는만큼 돈을 빌릴 수 없다. DSR 40%를 충족하려면 주담대 최대 한도가 1억500만원으로 추산된다.

개인별 DSR 규제 적용 여부에 따라 대출 최대 한도가 3억40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약 2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서 DSR 계산 시 신용대출 원리금 산정 만기가 기존 7년에서 올해부터 5년으로 짧아지는 점도 주담대 한도가 줄어드는데 영향을 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대출과 억대 주담대를 이미 받은 대출자가 일반적인 봉급 생활자라면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체 대출자 가운데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한 대출자 비중을 13.2%로 보고 있다. 1억원 초과 대출자 비중은 전체의 29.8%로 올 7월부터는 대출자 10명 중 3명이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강화하는 데에는 그동안 담보·보증 위주의 대출 관행으로 ‘대출받기 쉬운 사회’ 분위기에서 상환능력의 중심의 대출 관행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고정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은 추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국민의힘·경남 진주시을)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별 DSR 규제에 포함되는 대출자는 595만3700명이다. 이 가운데 20대 이하는 약 28만5800명, 60대 이상은 95만8500여명 이들의 비중이 20.9%(124만여명)에 이른다.

다만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경우 미래소득을 인정해 DSR을 적용한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나왔지만 실제 적용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들의 미래소득 산정방법까지 마련했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미래소득까지 인정해 추가 대출한도를 내주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더 옥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6%대)보다 낮은 4~5%대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가계대출 총량한도는 87조원가량 늘어난다. 가계 빚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84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3분기 117조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30조원 이상 쪼그라드는 셈이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관건은 전세대출이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값이 치솟은데다 올 7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추가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제외했지만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했던 전세대출을 올해부터 다시 포함했다. 과거보다 건당 전세대출 금액 자체가 커지고 대출총량이 줄어든만큼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공적보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의 80∼100%를 보증기관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의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들이 보증이 축소된 만큼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어 전세대출의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적보증 축소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로 올렸지만 현재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발표한 이후 6개월 가량 상황을 지켜보면서 올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관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옥죄는 것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는 동안 집값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는 전세대출은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아 갭투자에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 측면보다 갭투자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가격을 올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