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최동현 기자 = 20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3·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을 놓고 여야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재보선 지역은 총 5곳뿐이지만 '정치 1번지' 종로가 끼어있는 등 대선만큼 분주히 주판알을 튀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와 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구, 대구 중남구 등 5곳이다.
종로구는 대선을 준비하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사직으로, 서초갑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사직으로 공석이 됐다.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으로 재보선이 치러진다.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는 민주당 이규민·정정순 의원이 각각 선거법 등 위반으로 당선 무효 처리되면서 공석이 됐다.
◇"아직은 때 아냐"…민주, 설 이후 공천 여부 결정
민주당은 5개 지역 재보선에 후보를 낼지부터 고민하고 있다. 재보선 공천의 득실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전 당헌 개정으로 '전 당원투표로 (규정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리면서 당 판단에 따라 5개 지역 모두에 후보는 낼 수 있다.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는 당의 귀책사유가 있고, 서울 종로 또한 이 전 대표가 스스로 의원직을 던져 후보를 내기에 명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남아있는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는 보수 진영의 텃밭이어서 후보를 내더라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는 5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무공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무공천에 대해 "앞으로 민주당이 국민께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드려야 해서, 그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공천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재보선에 있어 유리하지 않은 입지 속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재보선 공천 여부를 미리 논의하는 것은 괜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에서도 선거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시민의 관심이 있어야 우리도 (공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설 명절이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시간상으로 촉박하지는 않다"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별도로 꾸리지 않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면 된다. 2월 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귀책 사유가 있는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만 무공천을 하고, 나머지 지역은 공천을 논의해보자는 기류가 흐른다.
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곳은 (후보를) 안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며 "나머지 지역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공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후보군 하마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김동연 대선 후보와의 연대·단일화를 통해 김 후보를 후보로 내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
경기 안성은 윤종군 경기도 정무수석과 임원빈 전 지역위원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대구 중남구는 최창희 전 중남구 지역위원장이 예비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민주당에 복당한 호남 비문(非문재인)계와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이 재보선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그분들은 더 소중한 일을 할 재원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힘, 종로·서초 전략공천…尹·李 공천권 갈등 '뇌관'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달 말쯤 공관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추리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최근 극적으로 화해한 윤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간 관계가 '공천권 신경전'으로 또다시 파탄이 나지 않겠냐는 우려다. 두 사람은 최근 선거 전략에 대한 갈등을 봉합하고 조금은 '불안한 동거'에 들어갔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공관위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당헌당규상 공관위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내·당외 인사 10명 이내로 구성한다. 이 대표 측에서는 선제적으로 '공관위원장 후보군'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지역 5곳 중 종로와 서초갑 2곳을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높다. 그외 지역구는 당협위원장이 지역 표심을 공고히 잡고 있는 데다, 지리적·정치적 중요성도 종로와 서초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서다.
종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정미경 최고위원(전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이다. 이 대표도 후보군으로 분류되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수차례 "종로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당 대표를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기반을 닦은 노원병에서 차기 총선을 노릴 공산이 크다.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까지 올라간 저력을 발휘한 3선 의원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1타 강사'로 몸값을 높였다. 원 전 지사는 중앙정치인으로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리기 위해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최후의 카드'로 거명된다. 만약에라도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야권단일화가 윤 후보로 결론이 날 경우, 그의 러닝메이트로 안 후보가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에서다. 다만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가 확고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두 자릿수 지지율도 얻고 있어 현재까진 가능성이 그리 높은 안(案)은 아니다.
서초갑 후보군으로는 전희경 전 의원과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이혜훈 전 의원과 정미경 최고위원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조 전 청장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낙마했지만, 강남3구와 서초권에서 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재선의 서초구청장을 지낸 만큼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아 경선을 할 경우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뇌관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공천권 갈등' 가능성이다.
윤 후보 측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후보들이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띠는 만큼 윤 후보의 의사가 공천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 대표로서도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가 달라지는 만큼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사무총장단 인선을 놓고 충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사무총장은 인사와 재정 등 당의 사무를 관장하는 자리로, 이에 따라 선거 국면에서 굉장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의 당 대표 권한과 윤 후보의 당무우선권이 충돌했던 가운데 재보선 공천권을 놓고도 비슷한 대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공천권 다툼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종로 후보는 윤 후보의 대선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와 당 대표 누구의 의사가 반영되느냐에 따라 그림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