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계 투톱’ 삼성·현대차, 미완의 지배구조 개편 언제쯤
(2) 줄 잇는 기업 물적분할, 주주는 왜 반대할까?
(3) LG화학은 안 되고 포스코는 되는 물적분할… 뭐가 다르지?국내기업들이 줄지어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물적분할 후 신설 회사를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모기업 주식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관련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적분할 나선 기업들… 관련 소식 들리면 주가 폭락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을 가결했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전반을 이끌고 신설되는 포스코는 비상장 법인으로 철강 사업 일체를 담당한다.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포스코 물적분할을 반대했으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그룹의 균형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세아베스틸도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안건이 의결되면 세아베스틸은 존속법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신설법인 사업회사 세아베스틸로 분리된다. 세아베스틸은 자회사별로 전문적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문 지주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이전에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이마트 등이 물적분할을 추진했다.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며 주주들을 안심시킨다. 특정 사업 부문을 떼어 내 독자적으로 운영할 경우 사업 전문성이 제고되고 신설 회사 성장이 모회사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지주회사 설립으로 전략적 경영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기업의 설득에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 물적분할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떨어진다. 포스코 주가는 지주회사 전환 소식이 들린 지난해 12월10일 전날보다 4.58% 떨어진 28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세아베스틸은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0일 주가가 전날보다 13.83% 급락한 1만4950원을 기록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물적분할 소식이 들린 2020년 9월16일과 지난해 7월1일 각각 5.37%, 8.80% 하락한 68만7000원, 26만9500원으로 마감했다.
주주 “물적분할은 독… 팥 없는 찐빵 만드는 격”
포스코, 세아베스틸,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이마트 모두 핵심사업은 신설 회사가 맡는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은 철강,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몰 등이 신설 회사의 몫이다. 핵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물적분할 후 한순간에 투자 목적을 잃게 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물적분할은 주주 평등권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대주주 총수들이 소액주주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3년 전부터 물적분할이 유행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물적분할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상승 유도, 소액주주들을 위한 차등 배당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도 물적분할 논란에 주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6일 소액주주 보호 토론회에서 “물적분할로 모회사의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이 커지지만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소액주주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신설 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등의 소액주주 보호 제도 마련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해 12월27일 개인 투자자 보호 공약 발표 과정에서 “기업이 핵심 신사업을 분할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허탈해 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권리를 넘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가 물적분할”이라며 “물적분할 시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 매수청구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