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디자인은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시각디자인의 꽃으로 불린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이미지는 말과 글보다 더 강한 전달력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를 바탕으로 들인 비용에 비해 몇 배의 이익을 가져온다. 자본시장에 없어선 안 될 효자인 셈이다. 하지만 광고의 목적이 이익 창출에 있다해서 광고가 당장의 이익에만 목을 매지는 않는다. 계산기를 내려놓음으로써 그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자됐던 삼양라면 광고 ‘평범하게! 위대하게!’는 광고가 광고 그 이상을 추구할 때 무엇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전통적인 라면 광고는 유명인이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라면 참 맛있어요’를 외친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김,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꿀꺽꿀꺽 마시는 국물 소리는 침샘을 자극한다. 매콤하고 짭조름한 맛. 살포시 감도는 기름진 국물이 떠오르면 자연스레 부엌으로 달려가 라면 한 봉지를 뜯게 된다.
그런데 이번 삼양라면 광고에는 침샘을 자극하는 전통적인 장치들이 보이지 않는다. 후반부 양은냄비 속에서 라면이 끓는 장면 정도가 전부다. 뮤지컬 형식의 성공스토리를 따라가다보니 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광고의 목적과 방식이 기존의 정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광고, 그럼에도 왠지 끌리는 속칭 ‘약 빤 광고’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이 광고에 끌리게 만드는 걸까.

삼양라면 온라인 광고 ‘평범하게! 위대하게!’/사진=온라인 캡처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새로움이다. 이 광고는 애니메이션 그것도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를 사용한 광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은 아니다. 특히 ‘레미제라블’이나 ‘라라랜드’ 같은 기승전결의 서사를 가지고 만들어진 적은 더더욱 없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광고라는 형식으로 접하게 되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광고의 진정한 매력은 서사에 있다. 광고는 화려한 도시의 밤거리를 비춘 후, 곧 지친 표정으로 지하철을 내려가는 주인공 ‘산양63’을 클로즈업한다. 산양을 의인화한 주인공은 비슷한 발음의 ‘삼양’을 떠올리게 하고 그는 ‘난 평범함이 익숙해’ ‘무난한 게 익숙해’ ‘60년 동안 그저 끓여진 라면’이라며 자조 섞인 독백을 읊조린다. 새로운 라면들 사이, 빠르게 변해만 가는 세상 속에서 ‘진정 난 괜찮을 걸까?’를 고민한다. 
주인공의 독백에는 60년대 한국 최초의 라면으로 개발되어 70년대 분식장려와 함께 국내 1위 라면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80년대 농심 신라면의 등장과 ‘우지파동’로 내리막길을 걸은 부침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는 한때 삼양이 처했던 상황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처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끝이 보이지 않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없는 일자리에 그나마 일을 한들 벼락 거지 신세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주인공에게 갑자기 광고판에 그려진 불닭볶음면이 랩배틀을 벌이자는 듯 공격해온다. ‘아니 안 괜찮지’ ‘한심하기는’ ‘연차가 벼슬이야?’ ‘지겨운 맛’이라며 비난한다. 불닭의 매세운 공격으로부터 한참을 도망치던 주인공은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듯 물속으로 떨어져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광고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른 곳도 아닌 라면을 라면답게 만드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예수의 부활 이후 참 많은 것들이 부활했는데 삼양이라고 부활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이제 광고는 이야기에 몰입된 소비자에게 슬금슬금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나 둘 가스불이 켜지고 주인공이 라면스프를 뜯자 라면면발 같은 섬광이 튀어나와 주인공을 감싼다. 주인공은 마치 슈퍼맨처럼 하얀 정장에 라면 패턴의 망토를 걸친 히어로로 거듭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불을 피워라’ ‘이제 면발을 뚫고 나아가 외쳐볼래’ ‘아는 맛이 맛있다’ ‘기본을 지켜낸 시간’ ‘평범하게 위대하게’. 그 사이 군중이 된 가스불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군무를 춘다. 
‘그래 난 평범해. 하지만 나도 할 수 있어!’ 소비자의 감정도 같이 끓어 오르고 이들의 합창이 지글지글 끓는 라면소리로 변할 즈음, 양은냄비 속 보글거리는 라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얇게 썰린 고추 하나가 ‘톡’하고 넘어진다.

삼양라면 온라인 광고에 맞춰 출시된 ‘삼양라면 오리지널’/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캡처


가슴에 남는 광고는 소비자와 ‘공감’하는 광고


주류의 틀에서 벗어났기에 ‘약 빨았다’는 평가를 받는 광고라도 그 약을 제대로 빨았다면 정말 약이 된다. 창사 60주년을 기념하는 광고가 아니었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형식이었지만 그 덕분에 삼양은 단기적인 판매증가 대신 소비자의 공감과 호감이란 다른 형식의 자산을 얻어냈다.
한편의 뮤지컬에 녹아든 주인공의 성공스토리, 평범한 것이 위대하다는 메시지는 이 새대의 평범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를 믿지 않듯 기본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을 소비자는 없다. 그 어떤 평범한 사람이 위대해지랴. 지금의 삼양도 불닭볶음면의 새로운 맛으로 성공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제품을 팔아치울까를 생각하는 광고시장에서 ‘평범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일개 기업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든 스토리텔링은 삼양만의 차별화된 브랜드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이 광고가 전통적인 라면 광고 대신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뮤지컬 형식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춤과 노래만큼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방식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