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인도·태평양 협력을 위한 장관회의'에 참석했다.(외교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인도·태평양 협력을 위한 장관회의'에 참석을 계기로 역사 문제를 언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일제강점기 과거사 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회의 안보·국방 세션에 참석, "인도·태평양 지역이 다양성과 역동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면서도 "역내국 간 역사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다자주의·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아직 정착되지 못해 불신과 안보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역사 발언'은 일본 정부가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광산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동이 이뤄진 역사적 사실은 배제한 채 이곳이 17세기 에도(江戶)시대 일본 최대 금광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단 점만 부각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한일 양국 간엔 일본군 위안부 및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일본 측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다. 특히 일본 전범기업들에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명령한 우리 법원 판결은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란 '보복' 조치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 대응하자는 '투트랙' 대일(對日) 외교를 추구해왔으나, 일본 측은 일련의 양국 간 과거사 갈등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해온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2일 열린 이른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10년 연속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며 독도가 자국 땅이란 억지 주장을 재차 폈다.

이런 가운데 정 장관은 "유럽이 과거 역사적 갈등에서 화해를 이끌어내고 다자주의를 통해 단합을 이룬 경험으로부터 인·태 지역 협력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과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는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에 기반을 둔 신(新)남방정책을 통해 인·태지역 내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며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의 다양한 지역 이니셔티브에도 적극 협력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으며,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태지역, 나아가 세계 평화·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현상유지는 있을 수 없는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에 관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올해 EU 의장국인 프랑스 주최로 개최된 이번 회의엔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보렐 EU 고위대표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중동 지역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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