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만기가 10년인 분할상환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낮아지는 만큼 은행들은 대출자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된다.
올 1월부터 2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차주를 대상으로 개인별 DSR이 시행되면서 가계대출 감소세가 4개월 연속 지속되자 은행들은 대출 만기를 늘리며 DSR 규제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분할상환방식의 신용대출 만기를 기존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의 금융 부담 경감을 위해 기 운영 중이던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한시적 금리 인하 시행기간을 연장했다"며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인하하고 분할상환기간을 최대 10년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 규제가 은행권에선 40%, 비은행권에선 50%가 적용되고 있다. 올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대상이 확대된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신용대출은 1년 만기의 일시상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분할상환 방식으로 해도 최장 만기가 5년에 그쳤지만 KB국민은행이 이를 10년으로 늘리면서 DSR 40% 한도를 다 채운 차주들은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직장인 A씨의 연봉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신용대출 만기가 5년일 경우 DSR 40%를 만족하려면 신용대출 가능금액이 1160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신용대출 만기가 10년으로 늘어나면 195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가 80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과 'KB스타클럽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5일 한시적으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포인트, 0.55%포인트 내린 조치도 이달말까지 연장한다.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 4월 21일부터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대상 상품은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만기를 확대하고 금리 인하 등에 나서는 것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치솟고 DSR 규제로 인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1983억원으로 지난 3월말(703조1937억원)과 비교해 9954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봉이 적은 사람일수록 대출 만기가 확대되면 이에 따른 대출 한도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만기 확대가 개인별 DSR 규제 안에서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