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차기 정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최진식 중견련 회장(오른쪽)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커지는 최태원 존재감… 대한상의, '재계 맏형' 굳히나
②절치부심 전경련, 정경유착 주홍글씨 지울까
③달라진 경총·무협… 위상 확대 묘수는
④"대기업만 있냐"… 목소리 높이는 중견련·중기중앙회


새 정부 출범에 중견·중소기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껏 기업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윤 당선인에게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계, 친기업성향 尹에 기대감↑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 기업에 대한 세금 완화 등을 공언하며 친기업성향을 드러내 왔다. 그는 당선 후인 지난 3월21일 경제 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견련·중기중앙회)장들과 오찬 회동을 진행하는 등 경제계 인사들과의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며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친기업 움직임에 최진식 중견련 회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최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일 년에 300~400개의 중견기업이 새로 생긴다"며 "(신생 중견기업에게는) 새로운 기술, 인력,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뜻이 있는 젊은 기업인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급은 대기업 근로자의 2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이 저성장에 빠지고 젊은 근로자가 기업에 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기업 규제 완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노동 정책의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업에 비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큰 부담을 느껴왔다.

중견련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민간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해온 만큼 각종 규제 혁파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견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을 위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많은 기업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도입 속도가 너무 빨라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힘들었다"며 "새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줄거나 주 52시간제 유연화가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미진했다고 평가받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견·중소기업 정책 마련에 목소리 높이는 중견련·중기중앙회

중견련과 중기중앙회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각각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3월21일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윤 당선인(가운데).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중견련과 중기중앙회는 경제 6단체장 모임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각각 요구하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중견련은 지난달 5일 '경제재도약을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 제언'을 통해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1.4%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16.1%, 고용은 13.8%를 담당하는 핵심 기업군"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자마자 온갖 규제를 떠안기는 불합리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 경쟁력 강화 ▲기업 성장생태계 조성 ▲연구개발(R&D) 및 투자 활성화 ▲노동 개혁 및 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특히 오는 2024년 7월 일몰 예정인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지원 방안을 다루는 중견기업 특별법이 일몰돼 지원이 축소되면 중견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중소기업은 스스로 성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중견련의 입장이다.

중견련은 지난달 20일에는 '중견기업 혁신성장 정책 포럼'을 출범시키며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난 중견기업 중심의 성장 혁신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낀 처지가 아닌 산업 혁신의 핵심인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법·제도 환경 조성 ▲불합리한 규제 해소 ▲R&D 지원 정책의 실효성 향상 ▲중견기업 특별법 전환 등을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원자재 가격은 2020년 대비 51.2% 상승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한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하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않으면 생산량 감축, 일자리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은 25%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새 정부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상생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공정한 납품단가 지급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