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760조 시장 잡아라"… 요동치는 반도체 지형도
②반도체 육성 힘 싣는 이재용… 사면론 탄력
③메모리 삼킨 K-반도체, 비메모리 공략 닻 올렸다
④"기술·인력 보호하라" 반도체업계 비상
①"760조 시장 잡아라"… 요동치는 반도체 지형도
②반도체 육성 힘 싣는 이재용… 사면론 탄력
③메모리 삼킨 K-반도체, 비메모리 공략 닻 올렸다
④"기술·인력 보호하라" 반도체업계 비상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기술·인력 유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술 및 인력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안 조치를 세워 기술 유출을 막는 것과 함께 우수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정년을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中으로 기술·인력 유출… 골머리 썩는 반도체업계
한국 반도체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으로 반도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수원지방검찰청(부장검사 이춘)이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 전 연구원 A씨 등 9명을 기소한 것. A씨 등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메스가 보유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이용해 유사한 장비 14대를 만든 뒤 제작 기술과 장비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세정장비와 기술을 유출한 대가로 약 710억원을 챙겼다고 한다.해당 기술은 반도체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고 오염물질은 제거하는 기술로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에만 납품해왔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세메스의 주요 거래처 수주가 10% 감소할 경우 연간 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SK하이닉스 협력업체 B사의 임직원 등 총 17명을 재판에 넘겼다. B사 관계자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SK하이닉스의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반도체 제조 기술 등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HKMG는 10나노미터(㎚)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123건의 해외 기술 유출이 적발돼 차단됐고 그 중 중국이 8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술 유출뿐 아니라 중국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고임금을 미끼로 핵심인력 영입을 시도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한국 기업이 지급하는 연봉의 2~3배를 지급할 테니 중국 쪽으로 이직하라는 유혹이다. 자녀를 중국 명문대에 보내주고 장학금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의 인력 빼가기 시도는 한국 반도체업계의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반도체업계에서만 1621명의 인력이 부족했다. 일할 사람이 모자란 상태에서 중국으로 인력이 유출돼 문제가 심화 되고 있다.
"기술·인력 유출 막자" 보안 강화하고 정년도 폐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사업장 내에서 프린트 용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등의 보안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항과 비슷하게 보안사업장 내에 검색대를 운영해 자료 반출을 막고 있다"며 "업무 목적 외에 USB 등 저장장치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 반출, 카메라 사용 등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술은 보안이 중요한 만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하게 조치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각 기업의 보안 대책을 넘어 국가가 처벌을 강화해야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업들이 개인을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기술을 유출해 큰 이익을 노리려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돼 1심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반도체 핵심인력들은 정년을 폐지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퇴직 후 중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이 60세 정년이 지난 뒤에도 근무할 수 있는 제도인 '시니어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성과 우수자, 기술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이 대상이다. SK하이닉스는 우수 기술 전문가가 정년이 지나도 계속 근무하도록 기술전문가 제도(HE)를 운영 중이다.
넉넉한 금전적인 보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본급의 최대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올해 DS(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 등에 200~300%의 특별 성과급을 추가 지급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기본급의 300%에 달하는 특별 성과급과 올해 기본급의 1000% 수준인 초과이익분배금(PS) 성과급을 챙겨줬다. 사업 실적을 직원들과 나눈다는 취지지만 중국의 고액 연봉 제안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