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떨이 아니라더니, 디젤차 '재고 털기' 속도
②"디젤차 시동 걸기 겁난다"
③디젤차 퇴장에 부품업체 지형도가 바뀐다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 퇴장이 빨라지면서 국내 중소 부품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환경자동차 개발로 생산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부담까지 떠안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인력 재교육과 연구·개발(R&D)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친환경차 1380만대→30년 5770만대
세계 각국에선 경유차를 중심으로 한 내연기관차 퇴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은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 판매를 금지한다. 중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각각 2030년, 2040년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목표를 선언했다.
한국은 2040년에 맞춰 내연기관차 퇴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그랜저, 쏘나타, 엑센트, K3, K7의 디젤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4년부턴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의 경유차 생산라인을 없애고 전기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SM3에 이어 SM6 디젤을 단종했고 한국지엠(GM)은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판매 모델에서 뺐다. 쌍용차는 신차 토레스의 파워트레인을 디젤 없이 가솔린만으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차로 생긴 공백은 친환경차가 빠르게 메꿀 것으로 보인다. 올해 1380만대인 글로벌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판매량은 2025년 2840만대, 2030년 5770만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30년 647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2·3차 협력사 폐업 속출
차 부품업계는 패닉 상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엔진·변속기 등이 필요 없고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2만5000여개이지만 전기차에선 20~30% 줄어든다.부품사들이 친환경차 부품 생산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구조조정뿐 도산을 맞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전동화에 따라 국내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2019년 2815곳에서 2030년 1970곳으로 845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역시 전기·수소차 비중이 2~3%에서 2030년 33%로 상승하면 3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본다.
부품사들이 자력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어렵다. 부품사 대기업에 속하는 에스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09억864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올 1분기 자동차용 시트 전문 제조업체 대유에이텍의 영업손실은 245억26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손실(5억9400만원)보다 커졌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허리는 더욱 휘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는 490개 자동차 부품업체의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이익률은 3%대에 그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와 차 반도체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경영난은 심화됐다.
업계에서 '을' 또는 '병'으로 불리는 중소 부품사들은 원자재 가격을 모른체 완성차나 1차 부품사가 통보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원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중소 부품사들은 마진 축소를 겪고 있다.
재편 시작… 인력난 해결 시급
부품업계는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전국에 12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공장 산하엔 생산전문기업이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생산전문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R&D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한 생산전문기업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아래에 들어가면 이윤이 박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적어도 생존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대기업의 생산전문기업에 속하지 못한 부품사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대다수가 사업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품업체 가운데 일부라도 친환경·자율주행차 부품을 만드는 곳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부품사의 전문인력 확보, 전환배치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은 2028년 미래차 인력 수요가 8만906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친환경차 관련 인력은 4만여명, 자율주행차 5000여명, 소프트웨어 인력은 1000명에 그친다.
그나마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인력은 IT 분야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모빌리티학과 정원을 개설, 확대하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해 교수들의 반발도 있다. 이에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이지형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현재의 인력 양성 체계로는 미래 모빌리티로의 구조개편에 순응하기 어렵다"며 "재교육 훈련 프로그램 개설과 다학제 융합 교육, 인력 양성 관련 부처 간 밀착 지원 등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효율화하는 R&D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경제성 확보 시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 내연기관차는 더 쓰일 것"이라며 "내연기관에 사용하는 액체연료를 탄소중립 연료로 전환하면 기존 내연기관 부품사들은 이에 맞는 부품 개선 또는 최적화 정도만 하면 돼 사기를 진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내연기관차는 금융권에서 사양산업으로 판단해 기존 대출 지원까지 회수하고 있다"며 "대출 지원을 강화하고 현재 생태계 상황을 감안해 연구개발과 전동화 시대에 적응할 시간과 지원책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