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7월 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약 3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발언은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 단행 등 통화긴축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다음달 빅스텝 단행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 하나만 보고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물가가 올랐을 때 경기에 미칠 영향, 환율에 주는 영향, 가계이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이 추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인데 양과 속도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적절히 판단해서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올들어 물가 상승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연초 3%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중 4%를 웃돈 데 이어 두달만에 5%를 상당폭 상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금융위기 수준 넘어설 듯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만에 최고치다.
이어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4.7%로 높여 잡았다. 이는 한은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점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미 연준이 이달 28년만에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며, 미 기준금리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는 1.75%로 같아진 상태다.
연준은 다음달에도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시사하면서 미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선다. 한은이 빅스텝에 나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올려도 미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보다 0.25% 높은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한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3.0%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앞으로 남은 4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1.25%포인트를 올려야 하는데 이중 한번은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다음달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을 해도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