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소모성자재구매 기업 '플레이그램'이 한글과컴퓨터 계열사 '한컴MDS'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사진=한글과컴퓨터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소모성자재구매 기업 '플레이그램'이 지난 5월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 계열사 한컴MDS와 종속회사를 10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관심이 모인다. 6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플레이그램의 인수자금 마련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그램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CB)를 연이어 발행해 기존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상장주식 증가로 주가가 회석돼 기존 주주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

한컴은 지난 5월20일 플레이그램과 한컴MDS를 비롯한 한컴인텔리전스·한컴로보틱스·한컴모빌리티·한컴텔라딘·스탠스·해외법인 등 총 11개 자회사의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도가액은 1050억원이고 인수 주체는 수 년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상장사 플레이그램이다. 플레이그램은 2016년 영업적자 3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 규모가 계속 늘어 2020년 영업적자 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다소 줄어 영업적자가 15억원으로 집계됐다.


플레이그램은 오는 7월22일로 예정된 계약 체결일에 맞춰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회사는 "기타 금융자산과 기타 유동자산 그리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합쳐 55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법인지분 취득 목적'으로 지난 5월 26일 100억원, 지난 4일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200억원은 차입금(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한다는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CB는 회사채의 한 종류로 일정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다. 특정인 또는 법인에게 사모형태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는 이들의 손실을 줄여 주기 위해 CB 발행 시점보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조정해 낮춘다고 단서를 단다. 상장회사가 CB를 발행하는 이유는 자본 유치가 쉽고 주식 옵션 덕분에 이자 부담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부채였던 채권이 자본항목으로 옮겨져 부채 비율이 감소하고 자본이 증가해 대주주에게 유리하다.

플레이그램 최대주주는 지분 19%를 보유한 '트라이콘 1호 투자조합'이다. 지난해 11월 엔케이물산을 인수해 사명을 플레이그램으로 바꿨다. 해당 펀드는 트라이콘홀딩스 지분율이 56.67%이며, 플레이그램 김재욱 대표(45%)와 이정승 부사장(25%)이 주요주주다. 이 부사장은 트라이콘홀딩스 대표도 맡고 있다. 동갑내기인 1970년생 김 대표와 이 부사장은 모두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빗썸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이사를 역임했다.

CB 발행으로 주식 가치 희석 우려… 기존 주주 '울상'

플레이그램이 한글과컴퓨터 계열사 '한컴MDS' 인수자금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글과컴퓨터

CB발행은 기존 주주들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대규모 주식 전환으로 1주당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적이 크게 개선돼 주가가 오르면 기존 주주와 CB보유자 모두에게 유리하지만, 반대일 경우에는 CB 전환가격 조정(리픽싱)으로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CB는 발행시 전환가격과 기간을 미리 설정한다. 일정 수준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낮게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애초에 약속된 주식 수보다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 늘어난다.


플레이그램이 지금까지 발행한 총 주식 수는 약 8972만주다. 기발행 및 신규발행된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식수가 약 5904만주가 추가돼 총 주식수는 1억486만주로 늘어난다. 플레이그램 주가는 한컴 MDS 인수 이슈로 지난 5월23일 1795원(종가)을 기록했지만 지난 6일에는 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공시한 CB 전환가액은 1209원, 5월26일 공시한 전환가액은 1778원이다. CB 전환가격은 발행시 약속된 전환가격보다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다. 플레이그램 관계자는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리픽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CB를 발행한 상장사 주주들의 주름살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1일 이후 7월4일까지 전환가액의 조정 공시 건수는 총 12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2건)보다 약 137% 증가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