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 자리 하나가 2개월 이상 공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들이 참석한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 자리 하나는 2개월 이상 공석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금통위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무게감이 실리는 시기이지만 금통위원 공석이 길어지면서 금융권에선 우려감마저 나온다. 7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머리를 맞댄 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지원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5월12일 임기 만료로 한은을 떠나 한은 금통위원회는 현재 6명 뿐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합의제 기구로 이창용 총재와 이승헌 부총재, 금통위원 5명까지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금통위원 중 한명이 공백인 상태다.

금통위원은 4년간의 임기까지 보장되는 동시에 차관급 예우를 받는 자리다. 3억원 이상의 연봉에 업무추진비, 차량지원비 등까지 총 5억원에 육박하는 고액 연봉자다. 비서·보좌관 지원에 이어 사무실·차량도 받아 정관학계 인사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은 금통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은행연합회로부터 각각 1명씩 추천을 받는다. 임 전 위원의 자리는 은행연합회 추천직이었다.


당초 금융권에선 새정부가 들어선 만큼 금융당국 수장들의 인사가 끝나면 금통위원 인사도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지원 금통위원 후임으로 이렇다 할 하마평도 들리지 않고 있다. 금통위원 부재가 장기화할 수록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금융권은 우려하고 있다. 금통위원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다수결을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데 이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2.50~2.75%로 올라와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0.50%포인트 높은 상태가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만에 고점을 찍으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금통위는 7명이 아닌 6명인 '불완전체'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금통위는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한명 공석에 따른 여파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5월 한은에서 금통위원 추천 공문이 왔지만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추천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정권의 의중이 반영돼 시그널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수출입은행장, 금융결제원장 등 중 금융기관장 인사와 함께 차기 금통위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