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한국을 방문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만나 외교·경제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추진과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갖는다. 미 재무장관이 방한하는 것은 2016년 6월 제이콥 루 전 재무장관 이후 6년만이다.
옐런 장관은 윤 대통령과 대북 제재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만난 옐런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만나 약 40분동안 비공개 회담을 갖는다. 한은 총재가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지난 2016년 6월 한국을 찾은 제이콥 루 전 미 재무장관을 한국은행에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014~2018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 연준 의장이 한국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강달러 심화에…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할까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은 회담을 가진 이후 20분동안 한은 직원과 대담을 갖는다. 옐런 장관은 '경제학계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성 경제학자로서의 소회와 여성들의 활약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30명의 여성 직원들이 참석해 옐런 장관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13년2개월만에 1320원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두사람이 회동을 통해 강달러 현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후 강달러 현상이 심화돼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한때 1326.5원까지 치솟았다.
강달러 지속으로 인한 외화유출 위험이 커지면서 지난해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미리 약속하는 것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강달러 심화에 따른 급격한 외화유출을 막을 수 있다.
추 부총리, 옐런 장관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논의할 듯
옐런 장관은 이 총재와 회동을 가진 뒤 추경호 부총리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G20(주요 20개국) 회의 이후 옐런 장관의 방한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양국 간 금융안정, 시장에 관한 협력 방안을 폭넓게 얘기하면서 정책을 공조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일(한국시간) 추 부총리와 컨퍼런스콜(전화회담)에서 "에너지 가격 안정과 러시아의 수입(revenue) 감소를 위해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실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격상한제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원유 소비국들이 약속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외에 옐런 장관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사이언스 파크도 방문할 계획이다. 옐런 장관이 이번 방한 기간 중 유일하게 찾는 한국기업은 LG화학이다.
옐런 장관은 LG사이언스파크 내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연구개발(R&D) 시설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소재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의 이번 LG화학 방문은 한미 배터리 동맹 강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배터리 공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만 합작 및 단독공장을 포함해 총 5개의 공장(증설 포함)을 짓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