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0.3~0.4%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2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판매하는 모습./사진=뉴스1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0.3~0.4%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선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의 개수는 올해 초 146개에서 올 6월 226개로 증가했다. 전체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연초 2%대 중반에서 최근 4% 내외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임금 상승세도 이어지면서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물가와 임금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현상인 임금·물가 연쇄상승이 발생할 경우 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금·물가 연쇄상승 현상은 1970년대 고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한은은 "물가와 임금 간에 장기균형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물가와 임금의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서로 괴리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변수 간에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물가와 임금 간 시차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물가와 임금 간에 밀접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한은은 "최근 연도의 물가상승률이 익년도 임금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며 "임금상승도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모습인데 전체 소비자물가보다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서비스물가에 보다 뚜렷하게 반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업종별로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제조업에 비해 개인서비스업에서 임금의 물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특히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임금 →실제 인플레이션 →기대인플레이션'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한은은 2003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최근 20년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높이는 충격에 대해 임금 상승률이 4분기 이후부터 유의하게 0.3~0.4%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것을 파악했다. 반면 임금 상승률 충격에 대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반응은 유의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금 충격에 대한 개인서비스물가의 반응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임금상승률을 1%포인트 높이는 충격에 대해 개인서비스물가는 4~6분기 이후 0.2%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업제품가격은 임금 충격에 대해 유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제조업의 낮은 인건비 비중, 글로벌화에 따른 경쟁심화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금 →물가' 영향이 '물가 →임금' 영향에 비해 유의하지 않게 추정된것은 분석대상기간(2003년 1분기~2022년 1분기)의 대부분에 걸쳐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2000년 전후로 물가·임금 관계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이 높았던1990년대의 물가·임금 관계가 최근 20년간의 관계에 비해 더 뚜렷했다.

이는 고인플레이션 국면과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임금→물가'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15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최근 실증연구에서도 '임금 →물가' 영향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김정석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분석 결과에 비춰 볼 때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