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사진=호찌민(베트남)=전민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코리아뱅크 굿" 한국 은행들, 베트남 홀렸다
② 베트남, 국민 중 절반만 은행 계좌 보유… 갈길 먼 디지털 금융
③ "서류 내고 돌아서니 보험금 '뚝딱'… 베트남과 달라요"
④ "주식이 뭐예요?"… 베트남 증권시장, 韓에 열려있다
⑤ 예영해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장 "베트남 기업보험 개척자… 로컬기업과 협업에 신규 채널 확보까지"
⑥ 이의철 신한라이프 베트남법인장 "텔레마케팅, 안된다고?… 신한라이프 베트남, 차별화로 대박쳤다"
⑦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3년 안에 베트남 12위권 은행으로… 2030년엔 톱10 안에"
⑧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 "베트남 톱티어 증권사 될 것"… 글로벌 도전장
⑨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 대표 "MTS 베트남 최고 수준이라 자부… 올해의 화두는 디지털화"
⑩ 정희균 토스베트남 PO "젊고 빠른 성장세, 베트남의 매력"


안서진 기자
호찌민(베트남)=전민준 기자


"외국계 증권사로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발을 들여놓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 요인은 사람입니다. KIS 베트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플랫폼 비즈니스와 분야별 우수인력 영입 및 육성입니다."

지난 8월23일 오후에 만난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은 KIS 베트남이 '베트남 종합증권사'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각 부문별로 인력 공급이 부족한 시장환경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서 베트남법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박 법인장과 베트남의 인연은 2010년부터다. 지난 2006년 한국투자증권에 처음 몸을 담은 그는 2010년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진출 당시 실무책임자였다. 이후 그는 리테일(소매금융)·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신사업 진출 등 무한 성장에 대비해 본사의 기획 및 전략을 담당했던 경험을 현지 법인에 녹여내라는 미션을 받고, 2017년 베트남법인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됐다.



지난 2010년 베트남시장 '깃발'… 글로벌 영토 확장

베트남법인의 모습./사진=호찌민(베트남)=전민준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시장에 첫발을 뗀 건 지난 2010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업계 50위권이던 현지 증권사 EPS증권을 인수하며 베트남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이후 사명을 'KIS 베트남(KIS Vietnam)'으로 바꿔 달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 한국형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그결과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투자증권 KIS 베트남의 위상도 남다르다. KIS 베트남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1년 8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452억원으로 28배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MS(누적 시장 점유율)는 2011년 0.6%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08%로 5배 성장했으며 호치민 거래소에서는 MS 9위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 론칭한 커버드 워런트(CW·Coverd Warrant) 시장에서는 유일한 외국계 증권사이자 업계 1위의 실적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AP(지정참가회사)·LP(유동성공급자) 분야 역시 외국계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하며 외국계 투자자에게 ETF(상장지수펀드) 전문 브로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며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2010년 베트남 진출 이후 KIS 베트남은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의 든든한 인적·물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며 "향후 현지 증권사와의 경쟁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객기반 확대, IT시스템의 지속적 업그레이드, 리서치 전문성 강화, IB(기업금융)업무 확장 등을 더욱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베트남시장 공략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다. 브로커리지와 파생상품시장뿐 아니라 IB까지 영역을 넓혀 명실상부한 베트남 종합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시장에 거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올해 첫 출장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정 사장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데다 실제 현지 법인인 KIS 베트남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최근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드래곤캐피탈자산운용과 ETF 관련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이번 MOU를 통해 KIS 베트남과 드래곤캐피탈자산운용은 ETF부터 주식, 채권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박 법인장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고 코로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보여준 베트남에서 한국투자증권과 KIS 베트남의 영향력 확대를 지원하고 현지 기업 및 기관들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일문 사장님이 팬데믹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출장을 통해 한국투자증권과 KIS 베트남은 베트남의 중장기발전에 동반자로서 협력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CW(커버스 워런트) 시장 선두자리 '굳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총 8개다. 이들 모두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왔다.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만큼 경쟁사도 적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제 성과를 얼마나 내는지가 관건이다.

박 법인장은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CW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 및 위상 강화를 꼽았다. CW란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 상품에 해당하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발행하고 투자자는 만기 이전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일반 개별 기업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BW·Bond with Warrant)과 달리 해당 기초자산을 근거로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다.

박 법인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증권사 저마다 고유의 발전 모델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지난해 베트남 법인들은 자본금을 바탕으로 한 주식중개 관련 신용공여 서비스에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며 "KIS 베트남의 차별점은 기존의 주식중개 관련 신용공여 서비스 외에도 CW 시장으로의 성공적 진입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 분야 진출과 신규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도 선도적인 딜을 진행하는 등 트렉레코드를 쌓아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제품 생산 그룹인 '안 팟 홀딩스'(An Phat Holdings·)의 130억원 규모 교환사채(EB·Exchangeable Bonds)를 발행하며 대표 주관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 3월에는 안 팟 홀딩스의 225억원 규모 채권 발행, 5월 베트남 물류 회사 ASG의 3000억동(1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6월 ASG IB 협력사로서 자금 조달 관련 협약 체결 등의 성과도 내고 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는 베트남 대표 물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외국계 증권사 최초로 진행하게 된 점을 꼽았다.

그는 "베트남의 자본 시장은 은행 대출 중심의 시장으로 IB 부문 역시 회사채 중심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베트남 산업 구조도 여전히 부동산 개발 및 글로벌 제조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IB 부문에서도 대부분 부동산 기업 및 금융권 중심의 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점에 집중해 부동산 및 제조업체의 발행을 진행해왔는데 외국계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대표 물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맡게 돼 의미가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기존 리테일 위주의 영업을 캐시카우로 발판 삼아 전반적인 사업 방향과 범위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자본 확충과 차입 등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CW, ETF, IB, 법인영업 등 전 부문에 효율적으로 투입해 생산성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IT 시스템과 분야별 우수인력 확보 등 인프라 강화에도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고와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그리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박 법인장은 "플랫폼을 통해 많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하고 또 다른 투자 환경을 서비스해 나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본사와 함께 베트남에서 국내 상장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대기업 현지 법인과 베트남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장 유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WM(자산관리) 분야에서는 국내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해서 기회를 모색 중인데 신흥 시장인 베트남의 성장 기회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본사와 협업해 제공하는 역할도 KIS 베트남에게 부여된 미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베트남은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곳으로 아직 기회가 많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해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들어 베트남시장에서 탑티어(세계 일류)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