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전기차 세제 혜택 대상과 관련,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법안 수정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찾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뉴스1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전기차 세제 혜택 조항에 국산 완성차업체들을 차별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논란이다. 한국 정부는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정부가 법안 내용을 수정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법안 수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협력과 공조를 감안할 때 일정 부분 미국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이하 현지시각) 백악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 협의에 착수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수정을 주장한 버디 카터 공화당 의원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해 미 상무부 관계자 등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설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를 골자로 한다.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550여만원), 신차는 7500달러(1000여만원)가 각각 공제된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세액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코나EV, GV60, 니로EV 등 다른 전기차들도 국내에서 만들어진다. 내년 전기차 아이오닉6와 EV9 등을 출시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와 완성차업계는 북미산 전기차에 한정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오는 2025년까지 법안을 유예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법 개정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수정 이끌긴 어려워… 유예라도 이뤄야"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법안 수정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유예라도 이끌기 위해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후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 우려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법안이 북미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정한 이유는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미국이 이를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간 선거는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법안 수정에 동의할 공산이 낮다는 평가다. 법안 수정이 이뤄지더라도 중간 선거 이후에나 추진될 것이란 주장이 힘이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법 중 하나"라며 "법안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미 통과한 법을 한국을 위해 다시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도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미국이 배려를 해줘야 한국도 중국을 설득하고 미국에 협력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받은 법인데다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 수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법안 시행 유예라도 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FTA를 무력화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50대50 정도로 찬반 의견이 갈린다"며 "한국 정부가 법안 유예나 수정에 성공하기 위해선 이 법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포섭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