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이 전사적으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살리기에 나섰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한 코오롱티슈진을 지원하고 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다시 돌아가는 코오롱 바이오 시계
②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살아날까
③'꿈의 신약' 인보사… 대체 뭐길래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명예회복에 나선 것. 코오롱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인보사의 재개발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 5월 제약바이오 산업에 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코오롱그룹이 2019년 2월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로 구겨진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은 지난 8월 인보사 개발사 코오롱티슈진(티슈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슈진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88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 대상은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으로 각각 350억원, 38억원을 투자했다.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에도 3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은 각각 291억원, 64억원의 신주를 인수했는데 이들의 총 투자금은 각각 641억원, 102억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투자금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 활용된다. 티슈진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인보사의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를 허가받은 지 1년 8개월만이었다. 티슈진은 미국 80여개 기관에서 1080명의 환자에게 투약을 완료하고 2023년까지 임상 3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6월1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볼 아토맥스 세계기록위원회(World Record Committee) 공식기록 인증식에 참석했다./사진=뉴스1


인보사 살리기… 회장님도 나섰다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를 두고 업계에선 본격적인 인보사 살리기에 나섰다고 본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둔 이 명예회장은 "인보사는 네 번째 자식"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명예회장은 1996년 그룹 회장 취임 후 1998년부터 인보사 개발을 진두진휘했다. 인보사 개발을 위해 글로벌 임상은 티슈진이, 국내 임상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맡아 진행했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인보사의 허가를 이끌어냈다. 이 명예회장의 퇴임 시기가 2018년인 것을 감안하면 인보사의 개발부터 허가까지 전주기에 걸쳐 전폭적인 지원을 한 셈이다.

인보사의 운명은 2019년 2월 뒤바뀌었다. FDA가 인보사의 임상 3상 중단을 명령해서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변경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보사를 구성하는 2액 성분이 기존 보고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 식약처도 해당 사항을 확인하고 인보사의 국내 판매 중단을 명령했고 같은 해 7월 허가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티슈진은 주식시장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의 인보사를 향한 전폭적인 지원에 투자시장의 긍정적인 기류가 포착됐다. 티슈진이 지난 7일 유진투자증권 등 기관투자자 다수를 상대로 33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전환사채의 성격이다. 전환사채의 계약사항을 보면 표면적인 이자율은 0%지만 30년 만기를 채울 경우 5.8%의 이자를 받게 된다. 만기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영구채로 해석된다. 티슈진이 주식시장 거래가 정지된 상태임에도 투자기관들이 거래 재개에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코오롱과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에 걸쳐 코오롱티슈진에 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인포그래픽은 코오롱티슈진 유상증자 현황./그래픽=김영찬 기자


FDA도 임상 허가했는데… 인보사 국내 쟁점은?

인보사가 넘어야 산은 있다. 코오롱그룹과 정부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코오롱그룹과 정부는 각각 1승 1패씩 나눠 가진 상황이다. 우선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에 따른 25억원의 연구비 환수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한 조치가 부당하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까지 이겼다. 이 소송은 정부 측이 재차 항소하며 대법원으로 향했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를 상대로 인보사의 허가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낸 인보사 제조판매품목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선 1심에서 패소했고 2심에서 계류 중이다. 업계에선 이 소송이 인보사의 앞날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소송으로 바라본다.

소송의 쟁점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성분 변경에 있어 고의성 여부와 인지 시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앞선 1심에서 성분이 변경됐으나 인보사의 위해 가능성 근거가 부족하고 임상부터 품목허가, 판매 시점까지 인보사는 같은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기준과 성분이 다른 의약품의 허가취소 처분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인보사가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한 점과 연구비 환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 등은 2심 재판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코오롱 그룹은 인보사 이외에도 바이오 산업에 전반에 걸쳐 투자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앞으로 5년간 신약 개발에 필요한 연구와 임상시험, 공정개발 등 설비투자 등에 4500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