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1) "플레이어가 심판 보겠다"… 분양보증 문 두드린 주택업체 의도는?
(2) 계약자 재산권 보호 '공적 영역'… 정부 "공공성 약화 우려"
(3) 제3의 경제위기 경고음… 분양보증 개방 타이밍 적절한가
주택업계가 분양보증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이하 주건협)가 분양보증시장 진출을 위해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업체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하는 경우 분양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상황에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직접 분양을 하거나 분양대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를 민간업체들이 출자한 조합과 경쟁시킬 경우 독점 완화를 통한 공정경쟁의 효과는 있지만 자칫 분양 계약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HUG의 우려다.
더구나 현재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시대로 무역수지 적자마저 발생하는 등 경제위기가 사실상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 10여년 만에 경제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와 산업 전반의 중추 역할을 하는 부동산경기마저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 영역인 분양보증시장을 섣불리 민간에 개방할 경우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위기 전철 밟는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 분양보증 공공기관으로 전신은 1993년 출범한 주택사업공제조합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으며 조합은 사고 금액을 감당하지 못했고 이에 정부가 출자에 나서 현재 공공기관인 HUG(옛 대한주택보증)로 전환됐다. 사실상 세금을 투입해 민간 조합을 살린 셈이다.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기가 회복되자 HUG의 분양보증 업무 독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주택업계는 HUG 독점 체제에 따른 경쟁 제한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 '3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으로 2010년까지 분양보증 독점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HUG의 반대, 공공성 약화라는 명분에 부딪쳐 시장 개방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분양보증시장 개방 문제와 관련해 가장 애가 타는 건 중소·중견 주택업체들이다. 대형업체 대비 사업 규모가 작은 주택업체들은 경쟁 체제 전환 시 보증료 인하와 HUG의 분양가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주택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주건협은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보증료 인하 때문만이 아니라 독점적 시장 지배 지위에 따른 HUG의 갑질 행위도 지적하고 있다.
"HUG, 전문성 부족·서비스 질 떨어져"
그동안 주택업계는 HUG의 분양가 규제가 지나치게 높고 불친절한 서비스 등을 문제 삼아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형범 주건협 정책관리본부 주택정책부장은 "HUG의 업무 범위 확대와 순환 근무 구조로 인해 분양보증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서비스 질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업체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업체 특성에 맞고 부합하는 심사기준과 그에 따른 보증상품 리스크 관리 방안 차별화 등을 위해 새로운 공제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분양보증 사고 위험성에 대해선 "외환위기 당시엔 투명한 경영이 부족해 분양보증 사고보다 대출보증 사고가 부실화의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과거에 출자 금액의 2~3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잘못된 운영 방식으로 인한 건설업체 파산이 더욱 많았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상황 되풀이 우려"
이런 주장에도 HUG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분양보증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지만 현재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거래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어서 건설업체 재정 리스크도 커졌다는 것이다. 피해 금액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결국 다시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HUG의 주장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3년 동안 HUG는 약 2조3639억원을 대위변제했다.외환위기 당시 아파트 선분양대금을 받아 파산하고 소비자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주택업체 대부분도 중소업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 체제 하에선 보증료가 낮아져 아파트 분양가도 낮아질 것이란 게 주택업계의 주장인데 말이 안 된다"면서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해도 분양가 통제 기능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 경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