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가 7월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기준금리 3%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정책에 고삐를 죄면서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대로 껑충 올라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가 된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이 4월, 5월, 7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인상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2020년 3월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지난해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월과 이날까지 약 1년 2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50%포인트 높아졌다.

외식·가공식품 상승세… 미국 자이언트 스텝 영향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은 5%를 넘어선 고물가 영향이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1년 전보다 5.6% 올랐다. 7월(6.3%)과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으나 외식과 가공식품처럼 한번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개인 서비스 물가는 6.4% 뛰면서 지난 8월(6.1%)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특히 외식 물가상승률은 9%로 1992년 7월(9%)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은도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주춤했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 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세도 한은이 긴축의 보폭을 넓힌 이유다. 연준은 지난달 20~21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3.25%로 뛰었다.

한은이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며 기준금리 격차를 줄였지만,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25%로 한국보다 0.25%포인트 높다. 지난달 Fed가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포인트까지 뛸 수 있다. Fed가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다시 1430원대로 내려앉았으나 미국 강달러 기세에 1450원 상승 가능성이 열려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이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국내 물가도 쉽게 꺾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은이 추가 빅스텝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주담대 8% 넘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7%를 넘어선 대출금리는 연말 8%에 육박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달 말 연 7%를 넘어섰다.

이번달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이 반영되면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의 주담대 최고 금리가 8%대에 이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로 상승하는 것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승세도 점쳐진다. 이달 중순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올라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현재 4대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1~6.81%다. 지난 8월 코픽스는 2.96%로 2013년1월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3000원씩 늘어난다. 지난 8월 이후 한은이 1년간 금리를 2.0%포인트 올리면서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30만원 늘어난 것으로 산출됐다.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3억원을 30년 만기, 연 3% 금리로 빌렸을 때는 원리금이 126만원이었으나 5%로 오르면 원리금은 161만원으로 뛴다"며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서면서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크게 올라 이자 부담이 큰 대출자들의 상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