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은행권에서 10억원 초과 예금이 18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사진=뉴시스

올 상반기 은행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예금이 18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가 치솟자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있었던 뭉칫돈을 시중은행에 맡겨두는 추세가 뚜렷해진 영향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가운데 10억원 초과 계좌의 총 예금 규모는 지난 6월말 기준 787조915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18조1930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년동기와 비교해선 71조6800억원 급증했다.

앞서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8년말 565조7940억원으로 500조원을 웃돌았고 2019년말 617조9610억원으로 600조원을 상회했다.

이어 지난해말에는 769조7220억원으로 700조원선을 뚫었다.


금액뿐만 아니라 계좌수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올 6월말 9만4000계좌로 지난해말대비 5000좌 증가했다. 지난해 6월말과 비교하면 1년만에 1만좌 늘었다.

10억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지난 6월말 기준 정기예금이 528조978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19조1630억원 증가했다.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7조3960억원으로 2조611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 등이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선 경기가 불확실성을 이어가자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은행에 돈을 쌓아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저축예금은 21조430억원으로 3조4050억원 줄었다.

이처럼 고액 정기예금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과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5%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마땅한 투자처가 사라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전북은행의 1년 만기 'JB 123 정기예금 (만기일시지급식)'의 최고 금리는 연 5.10%다. 다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5%에 육박했다.

1년 만기 기준 KB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69%, 우리은행의 '원플러스 예금' 최고금리는 연 4.68%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4.60%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고액 정기예금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저축성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는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