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여·야가 대립 '가벽'을 세웠다. 여당 측에선 도어스테핑 중단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에게 따져 물은 기자의 태도를 지목했다. 야당 측에선 도어스테핑 중단을 '국민 기만'이라고 규정했다.
국회 과학방송통신기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구을)은 22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과 소통을 더 하겠다는 차원에서 (도어스테핑을) 한 것인데 소통의 장이 아니라 난동 수준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발 방지 대책이나 대통령실에서 요구하는 조치가 일부 받아들여진다면 충분히 재개할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의 MBC를 보면 해도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일방적인 방송으로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가는 방송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의 유전자(DNA)와 조직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MBC가 국민을 대변해 대통령께 물어본다고 했는데 슬리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그걸 망친 곳이 MBC"라며 "공영방송의 기본자세를 망각하고 편파 방송을 반복한 것이 너무 크게 노출된 거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이에 야당 측에선 '석열가벽' 등의 표현으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소통의 성과로 자랑했던 도어스테핑을 194일 만에 중단했다"며 "스스로 만든 불통과 오기의 거대한 벽이 지금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거짓과 불통으로 시작된 용산 시대가 어떻게 소통과 개방, 통합의 상징이 되겠나"라며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전에 집무실 이전을 직접 브리핑하는 이벤트를 연출했으나 결국 국민 기만쇼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이동주 의원(민주당·비례대표)도 "기자에게는 질문할 자유가 있고 그 책임도 온전히 기자에게 있다"며 "(대통령실 로비의) 가벽은 제2의 '명박산성'이자 언론자유가 무너진 '통곡의 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들께 간곡히 호소한다"며 "지금 MBC가 받는 부당한 탄압은 언제든 다른 언론사에도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국민이 함께 이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의원(민주당·서울 마포구을)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명박산성에 이어서 석열가벽"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훼손과 탄압인데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지를 통해 "지난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 방지 방안 없이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도어스테핑이 이뤄지던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 보안상의 취지로 가벽을 설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