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공공택지 사업의 손실을 공공기관에 전가하면서 재정 악화로 인한 예산 낭비가 우려될 뿐 아니라 민간 건설업체에 특혜 제공이란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LH 공공택지 연체 1조 넘어… 계약금 떼이고 해약도 속출
(2) 불황기만 되면 '배 째라'… 시행사들 이율배반적 태도
(3) 매출 '97%' 분양수익… 공공택지 벌떼입찰로 떼돈 벌어들인 대방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올 상반기 공공택지 납부대금 연체금액이 1조13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들어 6개월 동안 걷혀야 할 전체 대금(2조9028억원)의 39.1%에 달하는 금액으로 동일 기간 내 사상 최대 규모다.


LH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공공택지 공급 금액은 총 8조4712억원으로 1개 사업지(필지)당 평균 1008억원이다. 공급가격이 가장 높은 인천 청라의 경우 1필지 당 3757억원에 달했다. 연체금이 발생한 사업장은 서울 송파(위례)과 인천 검단을 비롯해 경기 성남·화성 동탄·평택 고덕 등 수도권이 전체 25개 택지 중 13곳에 달한다.

공공택지 연체 원인은 미분양 증가에 따른 사업 지연만이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비 부담이 커진 시행사들이 더 큰 손실을 우려, 고의로 중도금을 연체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발생된 공공택지 사업의 손실을 LH가 부담하게 될 경우 공공기관 재정 악화로 인해 예산 낭비가 우려될 뿐 아니라 민간건설업체에는 특혜 제공이란 이익을 주게 된다. 택지지구 땅을 분양받은 시행·건설업체들이 부동산 호황일 때는 막대한 분양수익을 벌어놓고 시장 침체 시기엔 손실을 정부 책임으로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PF 금리 급등에 '고의 연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미추홀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재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 간 공공택지 전체의 30%를 대방건설을 비롯한 7개 중견건설업체가 독식했다. 이들 업체가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페이퍼컴퍼니 등 계열사 명의를 이용한 이른바 '벌떼입찰'로 한 회사가 최대 21개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시행·건설업체는 3~5년에 걸쳐 매각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연체 시 연 8.5%가량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2021년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공사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5%대에서 최대 15%대로 3배 상승, 사실상 연체 비용이 더 적다.

LH는 공공택지 납부 대금이 6개월 이상 연체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 보니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택지 연체액은 ▲2020년 653억원 ▲2021년 1310억원 ▲2022년 8302억원 등으로 급증했고 급기야 올들어선 1조원을 넘었다. 건설업계는 한국주택협회 등 건설단체를 통해 LH에 공공택지 대금 납부 유예나 계약 해지, 전매 등을 요구했다.

LH 관계자는 "계약 내용은 당사자 상호 간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LH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에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금 납부 유예 등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전매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연내 정부가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H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9조6262억원, 1조8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2%, 67.9% 급감했다. 같은 기간 LH의 부채는 138조8884억원에서 146조6171억원으로 5.6% 늘었다.

분양경기 침체 때마다 '배 째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건설업계는 공공택지사업이 어렵게 되자 정부에 환매 조치를 요구해 받아들여진 바 있다.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공사(현 LH)에 건설업체가 분양받은 공공택지의 계약금 10%만 위약금으로 부과하고 중도금을 반환하도록 했다. 당시 공사는 환매를 위해 채권마저 발행해야 했다. 택지를 최초로 분양받은 건설업체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 제 3자에 매각할 수 없지만 건설업체 간 전매도 허용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계약 조건에 따른 것이겠지만 계약 철회 등이 가능한 조항을 담고 있는 경우 조건대로 철회하면 되고 조항이 없음에도 철회를 요구하고 LH가 이를 들어준다면 특혜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계약 조건에 따라 LH에 땅을 재매각한 사례도 있다. 경기 안성 아양 공동주택용지 B-3-1BL 사업지는 2020년 5월 중견건설업체 A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낙찰받았다가 올 3월 LH에 부지를 재매각했다. 해당 부지의 공급금액은 253억원이었다. A사는 당초 분양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사업성이 낮은 데다 고금리 여파가 겹치며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LH가 공급한 토지는 환매 조건이 붙기가 어렵지만 해당 땅은 사업성이 낮다 보니 '토지 환매조건부 매각'(토지리턴제) 조건으로 계약이 진행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한국식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있겠지만 LH가 모든 재정 부담을 질 수 없는 만큼 환매 요청은 지나친 요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원이 없을 경우 사업 진행이 불가하고 LH도 대금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한다면 연체 이자 정도를 감면해주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