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에 선을 그어왔던 국민의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예산 조기집행의 한계를 인정하고 1분기 이후 추경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향적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국은행 등이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추경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압박하자, 여당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방편으로 필요성에 공감대가 넓어지는 분위기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상황을 외면하기 힘든 정무적 속내도 추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일 "일방적으로 통과된 예산안을 조기 집행하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1분기 정도 넘어서 필요성을 보겠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추경은 살아있는 생물 같은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여당의 기본 입장은 추경 불가론이 아니라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1분기 상황을 본 후 자연스럽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확장 재정에 우려를 표하며 추경 편성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에도 이같은 기조는 유지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이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약을 위한 이재명의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당 내 추경 기류가 변화한 것은 경기 침체 불안감 심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 등 민생 경제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했다.
정부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민생 지원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자체, 경제계 등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주도해온 추경 이슈를 국민의힘이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이슈화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여당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경은 정부·여당의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민생정당으로서 강점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