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내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나오는 원/달러 환율 시세. /사진=뉴스1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자산 투자로 빠져나가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3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 영향으로 상품수지가 15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자금 유출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134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주식 투자가 132억달러 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132억6000만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46억9000만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1월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약 88억달러 규모의 순자본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나타난 머니무브 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올해 평균 1440원 수준 예상"

시장에선 연초 자산배분 조정(리밸런싱)과 개인 투자자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확대 등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대외 여건도 원화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한국의 교역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단가를 높여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고 원화 절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의 약세 폭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전 대비 주요국 통화 절상·절하율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 원화의 절하 폭이 -1.8%로 가장 컸다. 중국(-0.4%), 인도(-0.7%), 일본(-0.7%)보다 2배에서 4배 이상 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확대가 구조적으로 이어질 경우 경상수지 흑자의 환율 안정 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 투자에 따른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것은 환율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외 투자 확대와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완화되더라도 교역조건 악화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직접적 에너지 공급 차질 등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은 기존 예상 경로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평균 1440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화 가치는 지난해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1400원 중반 흐름 예상한다"며 "상반기에는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화조달 불안과 해외 증시 투자 지속으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는 대미투자 과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한편, 해외증시 고평가 우려 등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도 줄어들면서 환율은 점진적 하락세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