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분쟁 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도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이탈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선 중동 지역 분쟁 확대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주요국 국채금리는 2월 중 대체로 하락했다. 지난 10일 기준 미국 국채금리는 경제지표 부진과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연초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일본도 금리 인상 기대 약화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0.07%포인트 내렸다. 독일은 경기지표 부진 속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영국은 재정 우려 완화 등으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2월 말 이후 중동 지역 분쟁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는 큰폭으로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월 말 배럴당 65.2달러에서 지난 10일 83.5달러로 약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약 20% 올랐다.
주식시장 흐름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이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사모시장 불안 등으로 2월 중 하락했다. 지난 10일 기준 미국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2.3%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선거 이후 다카이치 내각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 등으로 같은 기간 1.7%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선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연초 대비 1.9%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 목표 수준(2.0%)을 밑도는 물가 지표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고, 파운드화도 영란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하락했다. 엔화는 금리 인상 기대 약화 등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원화는 같은 기간 2.0%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및 엔화 움직임에 연동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기업의 달러 매도에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와 중동 지역 분쟁 확대 등의 영향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외국인은 2월 중 국내 주식을 135억달러 규모로 순매도했으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전월 대비 확대됐다.
원/달러 스왑레이트(3개월)는 양호한 외화유동성과 내외 금리차 역전 폭 축소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통화스왑금리(3년)는 국고채 금리 상승에도 기업의 선물환 매도 등의 영향으로 1월 말 대비 1베이시스포인트(bp) 올랐다.
국내 은행간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462억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31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 주식자금은 인공지능(AI) 투자 관련 경계감 확대와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135억달러(약 19조9530억원)가 유출됐다. 월간 기준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코로나 폭락장세 초기였던 2020년 3월(110억4000만달러) 보다도 많다. 채권자금은 그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저가 매수세와 민간 부문 중심의 견조한 투자수요 등에 힘입어 순유입이 확대됐다.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차입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향후 국제 유가와 지정학적 상황 전개에 따라 금융시장 움직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