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시대 강지호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둘러싼 은행권 제재 수위가 곧 확정될지 주목된다.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이 최종 결론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과 제재 수위를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당초 약 2조원에서 약 1조4000억원으로 30%가량 감경해 금융위에 넘겼다. 은행별 과징금 규모는 KB국민은행 약 8000억원, 하나은행 약 2400억원, 신한은행 약 2300억원, 농협은행 약 1600억원, SC제일은행 약 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관 제재 수위도 일부 영업정지에서 기관경고로 완화된 상태다. 과태료는 기존과 동일한 16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제재는 단순한 제재 수위를 넘어 향후 금융권 영업 관행에 영향을 미칠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례로 금융당국의 판단이 향후 유사 분쟁과 감독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설명 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할지를 두고 당국 내부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판단은 단순한 제재 수위를 넘어 향후 규제 해석의 기준을 정립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결론 도출에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5년의 제척 기간이 임박한 과태료 등을 먼저 확정하고, 과징금은 추가 논의를 거쳐 별도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재 수위를 둘러싼 해석 차이도 금융당국의 결론 도출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홍콩 H지수 ELS 가입 고객의 약 97%를 상대로 자율배상을 진행한 데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개인투자자가 A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점도 주목하고 있다. 법원이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면서 조 단위 과징금은 과도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홍콩 H지수 ELS 관련 과징금을 충당금으로 상당부분 반영하긴 했지만 금융위 판단 과정에서 추가 감경이 이뤄지지 않거나 감경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ELS 판매로 은행들이 얻은 수익은 약 1000억원 수준인데 이미 1조3000억원을 자율배상했고, 여기에 1조4000억원의 과징금까지 부과하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앞서 2월 금융위원회 앞에 이어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 제재를 비판했다.

다만 은행권 내부에서는 과징금 규모 자체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영업 전반이 한층 보수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절차를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지, 내부통제 위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일부 조정된 점은 다행이지만, 고위험 상품 판매와 소비자 보호를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는 점이 더 부담스럽다"며 "향후 유사 상품 판매 과정에서는 절차 강화와 내부통제 책임 범위 재정비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