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층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청년고용 부진을 AI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경력직 중심 채용과 기업 내부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 기존 변화가 AI 확산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줄어 전체 감소분의 94%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고, 이 중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정보서비스업(-31.4%),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 등에서 청년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50대를 포함한 중장년층은 같은 업종에서 기존의 고용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AI가 고학력 근로자가 주로 수행하는 인지적 업무에 먼저 적용되면서 초급 사무·분석 업무가 줄고 경력직 선호가 강해질 경우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학력에는 전공이나 희망 일자리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이를 AI가 고학력 청년 실업을 직접 늘린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I 활용 방식에 따라서도 고용 영향에 차이가 있었다. 업무를 AI에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고용 감소폭이 컸지만,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AI를 학습·초안 개선·검증 등에 활용하는 '증강' 방식에서는 이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고용 감소는 신규채용 축소뿐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이탈 증가로도 나타났다. AI 고노출 업종의 월평균 청년 유출량은 2016년 1월~2019년 12월 3700명에서 2022년 7월~2026년 6월 4900명으로 약 32% 늘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최근 청년고용 부진을 AI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 정상화,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가 새로운 충격을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 채용·업무방식의 변화를 가속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청년이 AI와 경쟁하기보다 AI를 활용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도록 '경력 사다리'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과 경력자가 실제 프로젝트에서 협업하도록 직업훈련과 기업교육을 결합하고, 청년고용 지원도 단순 채용보조금에서 훈련·멘토링·경력 축적 비용을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AI·소프트웨어 투자와 인재 양성 사이의 균형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를 단순한 인력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근로자의 생산성과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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