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강세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물가와 수입물가가 모두 상승했다. 특히 수입물가는 8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은 이달부터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6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2월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는 148.98로 전월 대비 2.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7%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전월보다 0.5% 하락했음에도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석탄·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출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는 냉동수산물(8.7%), 경유(8.0%), D램(6.4%), 휘발유(4.5%) 등의 상승폭이 컸다.
수입물가지수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2월 수입물가지수는 145.39로 전월보다 1.1% 상승하며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2%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 급등 영향이 컸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1월 배럴당 61.97달러에서 2월 68.40달러로 10.4% 상승했다. 이에 따라 광산품 등 원재료 가격이 전월 대비 3.9% 올랐고, 석탄·석유제품도 4.8% 상승했다. 원유(9.8%), 제트유(10.8%), 나프타(4.7%)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출과 수입 물량도 모두 증가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요 확대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물량지수 역시 광산품과 전자·광학기기 증가로 10.6% 올랐다.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수출 가격 상승과 수입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0% 상승했다. 수출물량 증가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같은 기간 31.8% 상승했다.
향후 수입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두바이유 가격은 3월 13일까지 약 58.6% 급등했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3월 수입물가에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팀장은 "품목별로 전이 시차는 다르지만, 소비재의 경우 비교적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며 "특히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13일부터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만큼 주유소 판매가격 상승 폭은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