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디지털 금융 모델과 인프라를 수출하는 모습이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경쟁력 확보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선두 주자인 카카오뱅크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플랫폼 수출형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투자와 태국 SCBX 그룹과의 합작법인 '뱅크X' 설립에 이어 최근엔 몽골 기업 MCS그룹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단순 진출을 넘어 사용자경험(UX/UI) 기반 모바일 뱅킹 설계, 대안신용평가모형(CSS) 등 핵심 역량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슈퍼뱅크는 앱 출시 약 9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6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까지 추진하며 글로벌 결제·송금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글로벌 커넥터'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상장한 케이뱅크도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태국 카시콘뱅크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는 디지털자산 기반 송금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차세대 송금 모델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화를 디지털자산으로 전환해 해외로 전송한 뒤 현지 통화로 정산하는 구조로, 기존 국제송금망(SWIFT) 대비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 규제 요건을 반영한 '규제 준수형 모델'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 구체적인 해외 진출 실행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3~5년 내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남아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까지 검토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해외 기관들의 관심이 높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현지 규제 환경과 고객 특성을 고려해 의미 있는 금융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인터넷은행들에 비해 후발 주자인 토스뱅크는 당장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확보와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며, 디지털자산 대응 역량을 키워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송금 체계가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력과 규제 대응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 체계와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불확실성, 수익성 확보 문제 등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현지 금융 환경에 대한 이해와 안정적인 사업 모델 구축 없이 외형 확장에 나설 경우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인터넷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전반적으로 국내 시장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확장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아직은 국내에서 검증된 모델을 해외에 이식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성과는 현지화 수준과 규제 대응 역량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중심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국가별 인허가, 데이터 규제, 자본요건 등이 상이해 단순한 속도 경쟁보다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현지 시장 적합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