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방산 업계의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방산 생산 현장은 화약·탄약 등을 다루는 고위험 공정이 많은 데다 수작업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위험 공정 중심의 자동화 설비 투자와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들은 로켓 추진체(화약) 제조 공정에 쓰이는 공구와 설비를 세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측은 세척공실이 평소 위험도가 낮은 공간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안전관리 소홀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김명기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창원지회 지회장은 "화약을 취급하는 곳은 전쟁터와 똑같다"며 "이런 공장이 위험한 작업장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위험한 작업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전사업장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다연장로켓 천무, 공대지 유도탄 천검 등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로켓·유도무기 추진체 개발과 생산은 물론 추진제 혼화·충전 등 화약류를 다루는 고위험 공정이 집중돼 있다. 이 같은 특성 탓에 2018년과 2019년에도 추진체 관련 폭발 사고가 발생해 각각 5명, 3명이 숨졌다.
방위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숙련 인력들의 수작업 공정 비중이 높다. 정밀한 품질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화약류를 다루는 고위험 작업에서는 근로자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척 공정 역시 자동화율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발 방지를 위해 화약류 취급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정 무인·자동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019년 폭발 사고 이후에도 전 방산 사업장을 대상으로 원격·무인화 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치지 않는 안전 투자와 스마트팩토리 전환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들은 일찍이 공정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왔다. 미국 노스롭그루먼은 자동차 산업의 대량생산 방식을 항공기 제조 공정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였으며 유럽 아리안스페이스는 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 안정성을 강화했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수주 확대에 따른 양적 성장을 넘어 생산 체계 고도화와 안전성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수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한국 방위산업은 군 납품을 위한 내수 수요에 의존해 왔다"며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자동화 설비 투자에도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출 확대와 피지컬 AI 기술 도입으로 제조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추진체 생산 등 고위험 공정부터 자동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