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물가 우선'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 9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일본은행도 긴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일본 언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목표를 기존 연 0.75%에서 연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의 인상으로, 정책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1995년 이후 31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정책 성명을 통해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이 주목한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재상승 위험이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이번 결정은 지난 11일(현지시각)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은 것이다. ECB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이유로 예금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당시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결정"이라며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조가 다시 인플레이션 대응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2023년 글로벌 긴축 국면 당시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 우려보다 물가 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공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에너지 가격 불안으로 국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움직임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ECB와 일본은행의 결정은 성장 둔화보다 물가 안정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주요 중앙은행들이 다시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