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이 4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카드론 대환대출까지 함께 늘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 수요와 은행권 대출 규제로 밀려난 생활자금 수요가 카드업권으로 몰리면서다. 금융 당국이 카드사 대출 관리 수위를 높이자 카드사들은 한도 축소와 대출비교플랫폼 노출 중단에 나섰지만 서민 급전 창구까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지난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보다 2704억원 늘며 처음으로 43조원을 넘어섰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1월 말 42조5850억원에서 2월 42조9022억원, 3월 42조9942억원으로 증가했다. 4월 42조9829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5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이 줄어든 카드사는 없었다.
카드론 외 단기성 대출 지표도 함께 뛰고 있다. 5월 말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5038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조7999억원으로 같은 기간 934억원 늘었다.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카드론을 이용하는 대환대출 잔액도 1조6559억원으로 전월 대비 576억원 증가세를 보이며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카드론과 리볼빙 증가를 다르게 해석한다. 카드론은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린 투자성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는 높지만 절차가 비교적 간편하고 자금 사용처 확인이 쉽지 않아 단기 투자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리볼빙은 생활고와 직접 맞닿은 불황형 부채 성격이 강하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을 한꺼번에 갚지 못할 때 일부 금액을 다음 달로 넘기는 서비스다.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의 생활자금 수요가 카드업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카드론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마이너스통장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서 밀려난 자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금리 수준이다. 이달 기준 카드사 9곳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1.16~14.33% 수준이지만, 신용점수 301~400점 구간에는 연 19.90%까지 적용됐다.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하는 금리로 빚을 내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차주의 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카드사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도 카드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잔액과 취급 규모를 금융당국에 일일·주간 단위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카드론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른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관리 한도 준수 여부와 자체 리스크 관리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에 카드사들도 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일부 카드사는 대출비교플랫폼에서 신용대출 상품 노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플랫폼을 통한 신규 유입을 줄이고 자체 앱에서도 고객별 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총량 관리에 나선 것이다.
다만 카드론을 무작정 줄이기는 쉽지 않다. 카드론은 카드사의 주요 이자수익원이자 중저신용자와 서민층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대출 문턱을 과도하게 높일 경우 생계형 자금이 필요한 차주가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관리 기조에 맞춰 카드론 한도와 취급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면서도 "투자성 수요와 달리 생활자금 성격의 실수요도 많아 일괄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