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의 심의 일정이 또 다시 지연됐다. 위원장 선임을 놓고 빚어진 신경전으로 전원회의가 시작부터 삐걱인 데다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 업종별로 구분적용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주장만 끊임없이 되풀이한 탓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정 심의기한을 지킨 것은 단 9차례에 그친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이들을 중재해야할 공익위원들의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하면서 매년 파행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4월21일 개최된 첫 전원회의부터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임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첫 회의부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시절 '주 69시간 근로'를 정당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두번째 회의는 첫 전원회의 이후 한달을 지난 5월26일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 마저도 도급제 근로자 확대 여부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됐다.
해당 안건들을 표결 끝에 도입이 무산됐지만, 이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과정과 결과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사실상 매년 똑같은 쟁점을 놓고 똑같은 주장만 반복한 끝에 공익위원의 중재에 따라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로 마무리지었다.
최저임금의 법적 고시 일정을 감안하면 최임위가 심의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00여일 정도 뿐이다. 이 기간 동안 도급제 근로자 확대 적용과 업종별 구분적용 문제들까지 다루다보니 정작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는 가장 나중으로 밀리다 시간에 쫓겨 황급이 마무리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국내 노동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수 있는 핵심 쟁점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기간 제한 없이 논의를 진행하고, 최임위는 정해진 일정 내에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사회적으로 큰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는 부담스러운 결정을 정작 정부는 뒷짐을 진채 최임위에 떠넘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