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입법에 속도 조절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늦어도 오는 8월 목표했던 국회 본회의 처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30일 복수의 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정년연장특위에 "정년연장 논의를 당분간 보류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특위는 지난 4월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현장 간담회를 연 뒤 정년연장 입법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 5월 노사 양측이 정년 연장 관련 선호안을 냈지만 이후 후속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노동계는 특위에 후속 회의 개최를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후 특위는 지난 6월 정년과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년은 2029년 61세로 연장하고 2년마다 1세씩 늘려 2037년 65세 도달이 목표다. 재고용 의무 대상은 2028년 61세, 2029년 62세로 올린 뒤 2년마다 1세씩 늘려 2035년 65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근로자의 날을 맞아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도 '법정 정년 단계적 연장 입법'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년 연장 관련 속도 조절을 주문하면서 입법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위는 지난 4월 입법 추진 시점으로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을 목표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특위에 입법 속도 조절을 요청한 바 없다"면서도 "정부는 국정과제인 '세대상생형 정년연장' 방안 마련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왜 속도조절 요청했나
청와대가 정년연장 논의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배경에는 청년 고용 악화와 2030 세대의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하는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청년 고용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고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특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20·30세대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여기에 청년 고용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 카드만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3.9%로 전년 동월보다 1.7%포인트(P) 하락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6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19만7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7.0%로 전년 동월보다 0.9%P 상승했다.
청년 고용대책을 보강하지 않은 채 장년층의 고용기간만 늘리는 정년연장을 먼저 추진할 경우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나타난 2030 세대 등 청년층 이탈 기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청년 고용 상황을 반전시킬 추가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정년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에서는 정년연장 논의를 본격화하려면 청년 고용대책을 먼저 보강하거나 최소한 정년연장 방안과 청년 고용대책을 함께 발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년연장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정년연장 방안은 청년 고용 패키지와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과 28일 잇달아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열고 청년층 고용여건 개선 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하기로 하고 세부 과제를 조율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시대의 관련 질의에 "세대 간 상생과 청년 고용이 중요한 과제인 만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정년 연장안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재 정부 예산안 반영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