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초기 수사를 지휘한 광주 광산경찰서 전 형사과장이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한 가운데 초동수사 축소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31일 광주지법 정교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 유기 혐의를 받는 광주경찰청 소속 박모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박 경정은 장윤기의 여고생 살해 사건과 외국인 여성 성범죄 사건을 분리 수사하도록 지시하고 초동수사를 축소 및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날 박 경정은 오전 10시30분쯤 광주지방법원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는 "왜 구속영장이 재신청 된 것이라 생각하느냐" "수사 보고서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심문은 박 경정이 의도적으로 강간 살인 혐의를 제외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진행됐다.
박 경정 측은 의도적으로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시간 만에 심사를 마친 박 경정은 다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에게 대단히 송구하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성실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박 경정 측 법률대리인은 "영장의 범죄 사실에는 '케이블 타이의 존재'를 형사과장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가 돼 있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케이블 타이가 '강간 살인의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증거가 맞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기는 하다"고 답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케이블 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수사 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형사과장은 이를 일절 모르고 있었고 케이블 타이 영상이 있다가 삭제된 내용 등은 아마 수사팀 내부에서만 논의되고 있다가 나중에 불거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은 "법인 검거 이후 언론의 취재가 많았기 때문에 형사과장은 주로 언론 응대하고 수사팀장 주관하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승용차 내부에 있는 케이블 타이를 발견하고 이후 행위는 수사팀장과 다른 경찰관들만 알았지 형사과장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수사팀장이나 팀원들은 아마 형사과장이 (강간 살인 혐의를 숨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 같다"며 "수사팀장의 위법 행위가 밝혀졌고 그 이후 수사 내용을 보면 수사팀 내부의 팀원들도 케이블 타이의 존재를 알았던 것 같다. 본인들이 그런 사실을 숨겨오고 형사과장에게 보고하지 않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니 형사과장에게 책임을 미루는 취지로 진술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1일 박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후 경찰청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지난 28일 박 경정에 대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관계를 보강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