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한다. 투자자와 업계는 과세 기준과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조세 형평성과 국내 시장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이뤄질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에 맞춰 거래소 거래자료 확보와 과세 시스템 구축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는 올해 말까지 과세가 유예된 상태이며 내년부터 과세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시행해본 뒤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정책 일관성·조세 형평성 재검토 필요"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과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전통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는 완화하면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동일한 투자자산 간 과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특유 높은 가격 변동성을 현행 과세 체계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단기간에 큰 수익이 발생한 뒤 급락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실제 투자 성과와 과세 대상 소득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손익 계산 방식 역시 여전히 복잡하다는 의견이다.


거래소 간 자산 이동과 해외 거래소 거래, 에어드롭, 스테이킹, 디파이(DeFi) 등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내역 입증과 취득가액 산정 책임 상당 부분을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신고 부담과 세무 비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은 등록 일주일 만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지난달에도 같은 취지의 청원이 다시 제기됐다.

업계 역시 제도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과세 시스템과 신고 절차, 거래자료 정비 등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가 시작되면 투자자의 해외 거래소 이탈과 국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역시 과세 시행에 앞서 해외 주요국처럼 장기 보유 인센티브와 손실 이월공제, 거래 유형별 명확한 과세 기준 등을 포함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 후 보완 방침을 밝힌 만큼 실제 과세 과정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과세는 납세자 반발과 과세 인프라 미비에 대한 비판으로 세 차례 유예되어 2027년 시행이 예정됐다"며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한국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별도로 도입하는 문제는 단순한 시행 시기의 선택을 넘어 과세 근거와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