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논란이 큰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버지 농사짓다 힘들어서 농사 못 짓는 거 그거 강제로 팔란 말이냐' 이렇게 항의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농사용으로 허가받아 땅을 사놓고 실제로는 다른 데 쓰는 '부동산 투기'를 가려내는 조치일 뿐 땅을 빌려준 고령농 등을 제재하려는 게 아니란 설명이다. 오해가 퍼진 건 투기꾼들이 자기편을 늘리기 위해 '선동'한 결과라고도 했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응해 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농지 문제를 거론한 건 이와 관련한 농촌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8월 말 본격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농지처분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서 '의무'로 바꿨다. 농사를 안 짓거나, 불법으로 농지를 빌려준 소유자가 1년 안에 땅을 처분하지 않거나, 자경을 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명령이 내려진다. 이조차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농지 가액의 25%까지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계속 버티다간 4년 만에 땅값 대부분이 이행 강제금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농지법 개정은 이 대통령이 직접 시동을 건 사안이다. 올해 2월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됐다. 귀농 비용을 줄이려면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4월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은 5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에 따라 5∼7월 실시된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선 27%의 농지에서 불법 임대차 등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와 2차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농가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가구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힘에 부쳐 농사를 안 짓지만, 땅을 놀리긴 싫어 이웃 주민에게 빌려주는 일이 허다하다. 계약서를 안 쓰고 농작물 일부를 임대료로 받는 경우도 많다. 이미 농촌에서 보편화된 관행이지만 몇몇 법정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농지은행을 거치지 않은 개인 간 임대차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고향 땅을 상속받거나, 은퇴 후 귀농할 생각으로 지방에 땅을 사둔 이들도 적지 않다. 개발이익을 기대해 땅을 산 투기꾼과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강제금을 의식해 상속받은 땅 등을 팔려는 이들이 늘었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어 농지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농사짓겠다는 소유주들 때문에 오래 빌려 쓰던 땅을 돌려줘야 하는 임차농들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 전 보완대책을 내놓기로 한 이유다.
좁은 국토 안에 잘게 쪼개져 있는 농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농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1970년 인구의 46%였던 농가 인구는 현재 3.8%로 줄었고, 고령화와 이농, 상속으로 농지 소유자와 경작자의 간극은 크게 벌어졌다. 제헌헌법의 '자작농 주의'를 계승해 1987년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은 농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기존의 관행을 강력히 제재하는 규정을 넣어 급하게 개정된 농지법에 농민들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취지를 오해한 것'이란 설명으로 해결될 수준을 크게 넘어선 만큼 전면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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