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이후 거래분부터는 법인 가상자산 거래내역과 함께 개인 거래 자료 제출도 의무화된다. 사진은 25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 /사진=뉴스1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넉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취득가액 산정과 해외 거래 등 세부 과세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시행 시점에 맞춰 과세를 시작하기보다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날은 가상자산사업자 올해 2분기 가상자산 거래명세서 제출기한이다. 현재 제출되는 자료는 법인세 부과에 필요한 법인 가상자산 거래내역이다. 2027년 1월1일 이후 거래분부터는 가상자산사업자 개인 거래자료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2027년 1월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한 개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 손익을 합산한 금액에서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 반발과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그러나 시행 시기만 미뤄졌을 뿐 세부 과세체계 정비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시행되는 과세제도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코인을 맡기거나 빌려주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렌딩, 무상으로 코인을 받는 에어드랍, 컴퓨터 연산으로 거래를 검증하고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 채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느 시점에 과세할지 세부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이용하는 투자자 취득가액 산정도 과제로 꼽힌다. 국내 거래소 한 곳에서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경우 거래내역을 통해 손익을 상대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며 가상자산을 이동하거나 다른 코인으로 교환할 경우 거래별 취득가액과 처분가액을 확인·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세금을 대신 원천징수하지 않는 구조도 납세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가상자산은 한 투자자가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개별 거래소가 투자자 연간 전체 손익과 취득가액을 확정하기 어렵다.

이에 거래소는 거래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투자자가 각 거래소와 지갑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해 다음해 5월 직접 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거래내역과 취득가액을 직접 확인·관리해야 하고 과세당국도 해외거래와 개인지갑 거래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해 납세·행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자산과 과세 형평성도 쟁점이다. 국내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하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양도차익에 원칙적으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주주가 주로 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가상자산은 연간 순이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세금이 부과된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가 당초 금융투자소득세와 함께 자본이득 과세체계의 일부로 설계됐지만 금투세 폐지 이후 가상자산 과세만 남으면서 투자자 간 형평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남은 넉 달 동안 단순히 거래자료 수집체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납세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소득별 과세기준과 손실 처리 방식,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거래에 대한 세부 기준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세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 시점만을 기준으로 제도를 시작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와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세체계를 우선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인 만큼 가상자산 과세를 별도로 시행하는 데 대해서는 보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융투자자산과의 형평성이나 가상자산 산업에 미칠 영향, 세제의 명확성, 납세자 신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