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제도화 지연과 과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의 빗썸라운지 전광판. /사진=뉴스1


가상자산 제도화가 더딘 상황에서 세금 부과 시행일만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 규정 정비보다 과세가 우선될 가능성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도화 외에도 과세 자체를 시행하는 데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자에 대한 세금 부과를 시작한다.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를 통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기본 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2020년 입법화 이후 6년 만에 시행이 확정됐다.



세금 부과는 이뤄지지만 정작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은 지연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대선 당시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을 약속했고 민주당도 대선 공약집에 포함했다. 하지만 2026년 9월 현 시점까지도 종합적인 제도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세금만 빨리 받아내려 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제도화는 미뤄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는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관련 상품 등 산업의 규칙 없이 그저 코인을 사고 팔거나 코인매매를 중개하는 산업만 운영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화가 이뤄지지 못해 국내 시장은 법인이나 금융기관, 외국인 참여가 막혀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코인 매매만 허용되고 있다"며 "입법화가 이뤄진다면 기업과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수탁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와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공백이 계속되는 사이 가상자산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3일 코인 시세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월 735억2400만달러에 달했던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월별 거래대금은 8월 말 181억3815만달러로 감소했다. 타이거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올 상반기에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투자자금은 약 47조원에 달했다.

과세 설계·실무 인프라 불충분

과세가 제도화보다 먼저 추진되고 있지만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3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 /사진=이동영 기자


과세가 제도화보다 먼저 추진되고 있지만 과세 시행을 위한 준비도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가상자산 과세는 원래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인프라와 제도 미비를 이유로 3번이나 연기됐다. 그럼에도 과세 제도의 설계와 집행 실무 인프라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본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은 단순한 매매나 교환뿐만 아니라 채굴이나 스테이킹, 렌딩, 예치, 에어드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세제도는 가상자산 관련 소득을 그저 기타소득으로만 분류하고 있다.

박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 행위가 다양해졌지만 지금 소득세법은 오로지 기타소득으로만 성격을 규정하고 관련 거래 행위도 양도와 대여로만 특정하고 있다"며 "매매나 교환은 양도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채굴, 렌딩, 예치 등) 나머지는 양도나 대여 등 어디에도 넣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세 형평성 및 정합성 문제도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국내 상장주 소액 투자자와 달리 연간 이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이익실현 규모와 관계없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종수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보유자가 약 1077만명인데 이 중 70% 이상이 50만원 이하의 소액 보유자"라며 "반면 국내 상장주 소액 투자자의 장내 양도 차익은 금투세 폐지 이후 원칙적으로 비과세라서 경제적 기능이 비슷한 투자 자산 간 세 부담 차이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납세자가 취득가액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과세안은 가상자산 소득은 원천징수가 아니라 납세자가 직접 신고해서 납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납세자가 그간의 거래 기록과 자료를 찾아서 제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취득해 개인 지갑으로 넘긴 뒤 해외로 이동할 수도 있고 여러 거래소와 지갑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납세자가 수년에 걸친 거래를 모두 추적해 최초 취득가액을 입증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