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득 근로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소득요건을 완화하고 최대지급액을 4년 만에 약 9% 올린다. 이에 따라 EITC 수혜 가구는 416만가구에서 489만가구로 약 73만가구 늘고 연간 지급액도 4조7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세액공제 한도도 확대하고, 청년에게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우대 공제율을 적용하며 '결혼 페널티'로 지적돼온 제도들도 손본다.
재정경제부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소득층의 근로 장려와 소득 지원을 위해 EITC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월세세액공제 한도를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ITC는 근로·사업·종교인 소득이 있는 저소득 가구에 장려금을 지급해 근로를 유도하고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로 부양가족 유무와 맞벌이 여부에 따라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로 구분해 지급액을 산정한다. 이번 개편으로 소득요건은 단독가구 2200만원에서 2600만원으로, 홑벌이는 3200만원에서 3700만원으로, 맞벌이는 4400만원에서 5200만원으로 각각 상향된다.
정부는 2027년 최저임금(시급 1만700원 가정)을 받는 근로자도 EITC 대상에 포함되도록 기준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급 1만700원을 받고, 주 40시간(월 209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연소득은 약 2684만원 수준이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최근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된 점을 반영해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버는 근로자도 EITC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요건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최대지급액은 2022년 개정 이후 누적 물가상승을 반영해 약 9% 오른다. 단독가구는 165만원에서 180만원(15만원↑), 홑벌이는 285만원에서 310만원(25만원↑), 맞벌이는 330만원에서 360만원(30만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맞벌이 가구가 최대지급액을 받는 평탄구간 상한도 총급여 17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넓어진다. 이는 소득 900만원씩인 단독가구 두 사람이 혼인하면 혼인 전 합계 330만원을 받다가 맞벌이 가구로 분류돼 318만원으로 줄어드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월세세액공제는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 1000만원 한도 월세액의 15%(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7%)를 공제해주는 제도인데 공제 대상 월세 한도가 연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청년에게는 소득 구간과 무관하게 우대 공제율을 적용한다. 현재는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으면 월세세액공제율이 17%에서 15%로 낮아지지만 청년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17%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퇴직연금(IRP) 세액공제도 같은 방식으로 개편해 총급여 5500만원 초과 시 15%에서 12%로 낮아지는 공제율을 청년에게는 일괄 15%로 적용한다. 조만희 세제실장은 "청년들이 퇴직연금에 납입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5500만원을 넘어가게 되면 세액공제율이 12%가 된다"며 "청년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15%로 적용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청년형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신설된다. 총급여 7500만원 또는 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하 청년이 대상이며 이자·배당소득 전액 비과세에 더해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받는다. 투자 대상과 납입한도는 일반 생산적금융 ISA와 동일하다.
혼인으로 기존 세제 혜택을 잃는 문제도 개선된다. 현재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소득공제(상환액의 40%, 연 400만원 한도)는 무주택 세대주 1인에게만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주거지를 달리하던 무주택 부부가 혼인할 경우 부부 모두에게 공제를 허용한다. 다만 부부합산 공제한도는 연 400만원으로 유지된다.
경형자동차(1000cc 미만) 유류세 환급 제도도 현재는 가구 내 승용·승합차가 2대 이상이면 환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경차 소유자끼리 혼인해 2대를 갖게 된 경우엔 1대분에 대해 연 30만원 한도의 환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임신 이후 지급된 출산지원금도 근로소득세 비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기업이 위탁아동을 위해 지급하는 월 20만원 한도의 보육수당에도 비과세를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