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가압류 신청을 법원이 인용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손을 잡았던 이른바 '4자 연합' 구성원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원 규모의 주식 가압류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양측이 주장하는 주주 간 계약 위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이 임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신 회장은 임 부회장이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위반했다며 위약벌 채권 100억원에 대한 보전 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가압류 결정은 채권 보전을 위한 임시 조치일 뿐 계약 위반 여부를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가압류는 본안 판결 전 재산 처분을 제한하는 절차로, 실제 위약벌 발생 여부와 손해배상 책임은 향후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분쟁의 핵심은 임 부회장이 에쿼티퍼스트와 거래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이 보유 지분 9.15% 전부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했음에도 에쿼티퍼스트에 넘긴 일부 지분의 의결권이 지난해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행사되지 못해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의결권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에쿼티퍼스트 거래는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일정 기간 내 환매할 수 있는 권리를 두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의결권 귀속과 행사 가능 범위는 계약 내용과 법률 관계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 측은 이번 가압류 결정을 근거로 에쿼티퍼스트가 확보한 일부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주 일가 측 우호 지분이 시장에 알려진 수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지분의 실제 매각 여부와 현재 보유 주체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 부회장, 킬링턴 측은 지난해 신 회장이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관련 약정을 위반했다며 신 회장 소유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고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의 1심 선고는 오는 10월1일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판결이 경영권 분쟁 이후 이어진 주주 간 계약 분쟁에 대한 첫 본안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위약벌 관련 다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여론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매체는 송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회사 회원권 이용 기록 등을 토대로 회사 자산의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업무 관련 비용과 임직원 복지, 치료비 지원 등이 포함된 자료가 일부만 공개되면서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법적 공방이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과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압류 인용만으로 계약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닌 데다 양측 모두 동일한 주주 간 계약을 근거로 상대방의 위약 책임을 주장하고 있어 최종 결론은 본안 재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회장 관련 사안 역시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계약 해석과 의결권 행사 범위, 위약벌 적용 요건 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한미그룹 주주 간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