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현 용산기지) 일부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문제를 놓고 대립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용산공원 주택공급을 위해 필요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된다. 사진은 용산기지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300만㎡(91만평) 규모의 용산공원(현 용산기지)이 부동산 정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공원을 포함한 서울 공공택지 조성 논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주택공급 방안의 접점을 찾기로 합의했다.

오 시장과 김 장관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만나 50여분의 회동을 가졌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전체 부지를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청년·신혼부부 주택공급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용산공원 주변의 유휴 국유지를 활용하는 대체 방안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날 김 장관과의 회동 직후 서울시청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어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는 용산공원 주택공급에 동의 못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용산공원을 지키지 못하면 서울시장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 인근 부지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캠프킴, 외교부 부지 등에 교통 대책과 상하수도 설치를 검토하고 도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캠프킴은 용산기지 서쪽에 위치한 주한미군 땅으로 면적은 4만8399㎡다.

양측은 용산공원뿐 아니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도 대립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같은 시간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을 통해 "그린벨트를 무작정 해제하자는 게 아니라 훼손 지역과 비닐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라며 입장 차를 보였다. 김 장관은 오 시장이 요구한 민간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완화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부지 반환·오염 정화 등 난관…"공급 효과 따져야"

정부가 용산기지에 주택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첫 번째 관문이다. 여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법안 처리의 문턱은 낮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을 의식한듯 이날 예정했던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처리를 보류했다.



한·미 당국 간 협의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미군 용산기지 부지 반환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한·미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초까지 용산기지 총 203만㎡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의 부지 반환에 협력했다. 2022년 5월까지 총 63만4000㎡ 부지가 반환됐다. 전체 면적의 약 30% 수준이다. 정부는 용산기지 부지를 넓혀 300만㎡의 용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토양 오염에 따른 정화 작업도 난관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내놓은 용산기지 토양 오염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에서는 비소와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벤젠·크실렌·수은·다이옥신 등 인체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비소는 일부 지점에서 토양 오염 위험 기준의 최대 40배가 확인됐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TPH와 수은·비소·아연 등이 검출됐다. 현재는 15㎝ 이상의 흙을 덮어 시민에게 개방된 상태다.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과 종합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 협의와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의 반대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가 체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 효과를 비롯해 법 개정, 부지 반환, 토양 정화까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공급 부족이 핵심 문제라면 공공택지와 재개발·재건축 가운데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효과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청년 등 미래 세대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정부의 주택공급 취지를 설명했다.